“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 저것 해보는 성격이에요”

박설웅 에스디생명공학 대표이사는 2008년 창업을 하기에 앞서 20년 동안 금융인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박 대표는 경제학과를 졸업해 현대종합금융에 입사를 했다. 이후 일본장기신용은행과 현대선물, 벤처케피탈(VC) 등을 거쳤다.

금융인 시절 박 대표는 호기심이 많아서 그 당시 남들이 주목하지 않은 투자 영역에 도전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겪던 시절 채권 금리가 15%까지 올랐는데 별로 관심갖는 사람들이 없었다”며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해서 금리가 떨어졌을 때 되팔아 큰 이익을 냈다”고 회상했다.

그 때 그가 벌어들인 돈은 에스디생명공학의 기반이 됐다. 박 대표는 “그 당시 채권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3억원 가량 됐다”며 “VC시절 바이오 기업 위주로 경험을 쌓았던 당시 경력을 살려 화장품 전문 기업인 에스디생명공학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화장품 업종의 사업성을 보고 뛰어들었다. 그는 “VC에서 근무한 시기에 건강기능식품업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는데 생산을 외주에 맡기는 구조에 착안했다”며 “화장품도 생산은 외주에 맡겨서 공장 설립 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 상품 수요가 건강기능식품에 비해 성장성이 크다고 보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 순탄치 않았던 시작…두 번의 실패 끝에 효자상품 된 ‘바다제비집 마스크팩’

하지만 에스디생명공학의 초창기는 순탄하지 않았다. 함께 동업하기로 했던 친구가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떠나버린 것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박 대표와 중학교 동창인 의사 친구가 손을 잡고 처음 시작을 했다. 그래서 컨셉도 병원 화장품으로 출발을 했다. 하지만 이내 친구가 개인 사정 때문에 떠났고 박 대표 혼자 남게 됐다.

설립 초기의 기반이었던 투자자금도 1년 만에 모두 소진했다. 빚까지 생겨서 재정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박 대표는 회사 운영을 위해 살던 집까지 담보로 잡기에 이르렀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숨통은 이듬해 2009년부터 트이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한류가 흥하면서 SNP의 비비크림과 모공수축팩이 주목받게 됐다. 본격적인 매출은 2010년부터 발생했다. 사업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박 대표는 상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그렇게 현재 에스디생명공학의 효자상품인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이 탄생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의 효자상품 ‘바다제비집 마스크팩’

하지만 지금의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은 최종 출시까지 수 년 간의 우여곡절 끝에 나온 제품이다.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에 앞서 2013년 에스디생명공학은 몸에 붙이면 지방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바디패치를 개발했다. 2014년 중국에 출시하자마자 첫 달에 100만장의 주문이 들어오며 흥행을 했다. 하지만 바디팩 제작을 외주했던 공장이 경영권 분쟁으로 문을 닫자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2개월 후 다시 공장을 가동했으나 이미 타사 제품들이 장악한 뒤였고 고객들은 다 떠나갔다.

이후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본 박 대표는 자기 전에 바르는 슬리핑 팩을 개발했다. 슬리핑 팩도 중국에 출시를 하자마자 주문이 폭발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슬리핑팩을 담는 용기를 제 때 생산하지 못해 또 다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용기를 한 번 주문하면 1달은 지나야 도착을 하는 상황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결국 슬리핑팩도 바디팩처럼 화장품 시장의 수급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고객들을 잃게 됐다.

그 다음 출시한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은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현재 에스디생명공학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업체 5곳과 계약 중이다.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의 공급에 차질이 생겼을 경우 다른 업체를 통해 곧바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리고 OEM업체 선정할 때도 자체적으로 평가팀을 통해 재무구조와 경영상 문제가 있는지 충분한 검토를 통해 결정하는 체제로 개선했다.

◆ 중국 ‘사드 리스크’, “중국 현지화와 위생허가 확대를 통해 대응”

화장품 업체 에스디생명공학이 오는 3월 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SNP’를 주력 브랜드로 보유 중인 에스디생명공학은 앞으로 색조화장품 개발과 중국 시장 진출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킬 계획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의 주력 제품은 마스크팩이다. 75가지 종류의 마스크팩이 개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95%다. 이 중 제비집 마스크팩이 45%, 동물 마스크팩이 20%를 차지한다. 바다제비집은 보양식으로 쓰이는 식재료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 2014년 7월 SNP 브랜드를 통해 바다제비집 마스크팩을 출시했다. 출시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1억2000만개가 팔렸고 매월 500만개 씩 꾸준히 판매되며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프랑스, 터키 등 아프리카를 제외한 세계 각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주요 매출처는 중국이다. 전체 매출의 60%가 중국에서 발생한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사드 배치’와 같은 중국 리스크를 중국 현지화와 위생허가를 통해 극복할 계획이다. 에스디생명공학은 중국에 자체 제조라인을 갖춰 기획, 개발, 제조, 판매 등 전분야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박 대표는 “에스디생명공학 매출의 약 85%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제품이 중국에서 위생허가를 받았다”며 “위생허가를 받으면 중국이 물류규제를 해도 중국에 정상적인 판매를 지속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국의 물류규제로 피해를 입은 제품들은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들”이라며 “정식 허가를 받은 제품에 ‘끼워 팔기’식으로 들어가다 보니 환경 변화에 취약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에스디생명공학의 지난해 매출액은 1070억원, 영업이익은 321억원으로 추정된다. 2015년보다 각각 43.4%, 21.1% 성장했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에스디생명공학은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9.5%, 20.5% 늘어난 1600억원과 38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추정했다.

에스디생명공학의 공모가는 1만2000원이고 공모 주식 수는 480만주다. 총 공모금액은 576억원으로 마곡연구단지 시설투자금과 물류센터 확장, 색조화장품 개발·판매, 중국 진출에 쓰일 예정이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다. 미래에셋대우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483억원

▲주요주주: 박설웅(74.53%, 공모 후 56.47%)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전체 2206만4400주 중 41.79%인 921만9600주

▲주관사(미래에셋대우·신한금융투자)가 보는 투자 위험

-급격한 경기변동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소비성향이 위축될 경우, 에스디생명공학의 전방시장인 화장품 시장의 침체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앞으로 대외 여건 악화돼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거나 또는 한국 화장품의 선호도 감소할 경우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매입처인 OEM 업체와의 관계 악화 또는 업체간 담합으로 인한 생산 차질, 공급 단가 상승 등으로 당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에스디생명공학의 매출은 단일 제품군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당사의 마스크팩에 필적한 다른 제품군이 등장하거나 타사와의 과다 경쟁으로 인한 매출 및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