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지연(40·서울 송파구)씨는 지난 22일 남편과 함께 남해안으로 겨울 휴가를 떠났다. 경남 거제를 시작으로 3박4일간 해안선을 따라 전남 여수까지 이동하며 섬 구경도 하고 생굴(통영), 새조개(여수) 등 유명 남해안 겨울 음식도 맛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김씨 부부의 여행은 거제→통영→고성→남해를 거쳐 26일 끝이 났다. 다음 목적지인 여수 돌산도가 바다 너머로 불과 7㎞ 거리였지만, 내륙으로 1시간 40분을 둘러가야 하는 70여㎞ 여정이 부담스러웠기 때문.

김씨는 "지도만 봐서는 3박4일이면 충분히 경남·전남을 아우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무리였다"고 아쉬워했다.

정부가 올해 4분기부터 이런 문제를 개선, 남해안 일대를 글로벌 관광명소로 키우기로 했다. 전남 고흥에서 경남 거제 사이 개별 해안도로를 서로 연결하고, 전망대와 공원 등 내용물을 채워 영·호남을 아우르는 총 483㎞짜리 해안 관광도로 '쪽빛너울길'(가칭)을 만든다.

정부는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남해안 광역관광 활성화 발전거점 조성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교량 설치는 2025년에 마무리하는 장기 프로젝트지만, 콘텐츠 조성과 크루즈·경비행기 투어 도입 등은 올해 하반기 바로 착수한다"고 밝혔다.

'당일치기 코스' 남해안 각지 연결

이번 방안은 관광객들에게 소위 '당일치기 코스'로 인식되는 남해안 각지 관광자원을 통합하는 내용이다. 핵심은 전남 고흥·여수·순천·광양과 경남 남해·하동·통영·거제 등 남해안 8개 시·군의 해안 교통을 연결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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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로(陸路)의 경우 기존 해안도로 남쪽 끝단 467㎞에, 추가로 4개 구간에 교량 또는 바지선(barge船·바닥이 평평한 화물선) 항로를 설치해 483㎞의 찻길로 연결한다. 4개 구간은 ▲고흥 우두~여수 백야도(14.6㎞·교량) ▲여수 백야도~화태도(12.6㎞·교량) ▲여수 낙포동~남해 서면(3.5㎞·바지선) ▲고성 삼산면~통영 도산면(2.3㎞·바지선) 등이다.

해로(海路)도 마찬가지다. 현재 남해의 여객 선박 노선은 예컨대 여수의 경우 여수 부속도서까지만 왕복하는 단일 노선이 대부분이다. 이를 바꿔, 고흥 녹동항, 남해 미조항, 거제 지세포항 등 항구가 아름다우면서 해양레저 시설이 갖춰진 지역을 한번에 순회하는 연안 셔틀 크루즈 노선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경남 하동, 전남 광양 등 내륙 지역은 '섬진강 물길 루트'라는 이름으로 도보길·자전거길과 전통 뗏목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한다.

폐조선소·폐교 활용해 콘텐츠 강화

콘텐츠도 강화한다. 기존 해안도로 가운데 남해 선구리~홍현리 구간, 거제 소랑리~내간리 등 경치가 특히 아름다운 지역을 선별해 미술관과 경관카페 등을 집중적으로 만든다. 전남 고흥 또는 여수에 거점을 둔 '남해안 경비행기 투어'도 도입한다.

숙박·교통인프라도 확충한다. 도서 지역 폐교를 문화공간·캠핑장으로 꾸미고, 통영의 폐조선소는 관광단지로 만들 계획이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 계획이 성공하려면 통영·여수 등 현재 '어디 가면 뭐가 있다'는 인식이 이미 형성된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과감한 콘텐츠·인프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