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추진 중인 선택지정 감사제도에 대해 여야 의원들과 학계, 회계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우조선해양회계사기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기업의 감사인을 선임해주는 지정감사제 확대가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조선은 9년에 걸쳐 7조원(금감원 감리 기준)이 넘는 분식회계를 저질렀지만 45억원의 과징금을 받는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에 그쳤다.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바른정당)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외감법)’ 공청회에서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를 계기로 지정감사의 필요성이 커졌다”며 “하지만 정부안을 보면 해외 상장을 통한 규제 회피도 가능할 것 같아 이 부분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뉴욕, 런던 증권거래소 등에 상장돼 있는 대기업은 선택지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005930), 현대자동차 등은 지정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삼성은 삼일회계법인이 주도적으로 외부감사를 맡아왔는데, 예외가 적용되면 삼일이 계속해서 삼성의 외부감사를 할 수 있고, 이는 일종의 특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지정감사를 피하기 위해 해외 증시에 상장하려는 편법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지정제가 확대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내부고발이나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상만으로는 어렵고 분식회계에 가담한 직원들도 관여하면 처벌된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분식회계 기업은 대표이사(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만 처벌받도록 돼있다. 그러다보니 대우조선처럼 분식회계에 재무팀 직원들이 대규모 연루됐어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 탓에 분식회계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잘못된 관행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사례를 보면 검찰은 대우조선해양 CEO와 CFO에 대해 분식회계를 ‘지시’했다는 이유로 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분식회계를 ‘묵인’했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분식회계를 지시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우조선 사태를 보면 착잡한 심정”이라며 “회계투명성은 주주를 위한 것이며 전체적인 국민 이익을 위해서라도 지정감사 확대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대형 회계분식 사건 등을 계기로 외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은 다소 늦은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취약한 기업지배구조와 감사위원회 독립성 결여 등으로 인해 내부감시가 거의 되지 않고 있는 환경에선 감사인 지정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지정감사제는 해외 입법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지정제로 전환되면 장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상장사가 적자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자본시장의 공정성, 투명성을 위해 지정감사 확대는 논의돼야 한다”며 “지정감사에 다른 감사수임료 문제로 기업이 적자전환된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주장은 입증하기 어려운 가설이고 허구”라고 설명했다.

지정감사제를 선택이 아닌 전체 기업에 전면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기화 다산회계법인 대표는 “감사를 받는 회사가 자신의 감시자를 마음대로 선택하고 보수를 지급하는 구조에서 엄격하고 엄중한 감사가 될 수가 없다”며 “지정감사제를 모든 기업에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문원 대주회계법인 대표도 “일련의 분식회계 사태들은 감사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지만 이를 고치는 것은 중장기적인 대안”이라며 “세계 각국이 회계 기준에 대해 고민중인 상황에서 전면 지정감사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모든 기업에 대해 전면적으로 감사인을 지정하면 감독당국 등 공공에서는 할 것이 없다”며 “상장사의 50%만 지정하는 선택지정제를 시행하고 나머지 50%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감리를 통해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