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계획안이 원안대로 승인됐음을 선포합니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의장이 27일 울산광역시 동구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분할안 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세번 내리치자 노조원으로 추정되는 주주가 멀리서 그를 향해 물건을 던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를 우산으로 막아냈다. 강 의장이 다음 안건 표결 결과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이런 광경이 수차례 재현됐다.

노사 갈등으로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오전 10시3분 개막된 현대중공업 임시주총이 4번의 정회 끝에 1시간 43분만에 끝났다. 이날 임시주총에서는 전체 의결권 주식 5977만9523주 중 3946만3055주(66.01%)의 주주가 참여해 이중 97.9%(3866만7966주)의 찬성으로 기업분할안이 가결됐다. 전체 발행 보통주 주식 대비 기업분할안 찬성률은 50.87%다.

상법상 기업분할은 의결권 있는 주총 출석 주주의 3분의 2와 발행 주식의 3분의1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현대중공업의 기업 분할안이 통과하려면 출석 주주의 44%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했다. 이날 주총에는 일반주주, 기관투자자 등 886명이 참석했다. 분할 신설회사의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는 안건도 통과됐다.

현대중공업은 4월1일자로 조선·해양·엔진(존속법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현대로보틱스) 4개 회사로 나뉜다. 앞서 지난해 12월 태양광발전(현대그린에너지)과 선박사후관리(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이미 분사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향후 현대로보틱스(가칭)를 지주사로 두는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자사주와 현대오일뱅크 지분은 현대로보틱스로 넘어간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의장(사장)이 27일 울산광역시 동구 한마음회관 예술관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업분할안 표결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들이 노조 반발에 대비해 강 의장을 우산으로 보호했다.

회사 측은 분사 결정 이유에 대해 비(非)조선 사업부문을 분리해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는 이날 회사가 추진 중인 사업분할에 맞서 구조조정 중단 등을 촉구하는 3번째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3일에는 23년 만에 전면 파업을 벌인데 이어 24일에도 파업을 이어갔다.

노조원들이 회사 분할안에 격렬히 반발하면서 이날 주총은 4차례나 중단됐다. 주총시간 1시간43분 중 1시간 가까이 질서유지 차원에서 중단됐다. 오전 10시3분 주총 개회와 함께 국민의례가 진행되자 노조원들이 호루라기를 연신 불어대며 “주주총회에 반대한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주총은 개회한지 6분만에 중단됐다. 주총을 세번째 재개했을 때 고성이 멈추지 않자 강 의장은 “의사진행하려고 왔습니까. 소란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습니까”라고 되묻기도했다. 주총이 네번째 중단됐을 때 한 노조는 노조원들의 머리를 타고 올라가 단상위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치열한 몸싸움이 이어졌고 경찰이 투입됐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4번의 정회 끝에 강 의장은 “더 이상 질의응답이 어렵다”며 표결 집계를 진행했다.

회사 분할 안건이 승인되면서 현대중공업 주식의 거래는 3월 30일 중단되고 5월10일 신설법인 주식이 재상장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분할 법인이 재상장된 이후 현대로보틱스를 지주사로 전환하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가 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 13.4%,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넘겨받을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기업 분할로 각 회사가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해 지속 성장을 위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의 고도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며 “회사 분할이 완료되면 현대중공업은 부채비율이 100% 미만으로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된다”고 했다.

백형록 노조위원장은 "오늘 주총은 민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앞으로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