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잊어라, 러시아를 사라(Forget China, Buy Russia)."

올 초 투자 귀재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미국 방송 CNBC에 출연해 던진 조언이다. 그는 "러시아 시장이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해 계속 투자해왔다"면서 "트럼프 당선으로 러시아의 대외 관계와 자산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를 밝게 보는 투자자는 로저스 회장뿐만이 아니다. 신용 평가 기관인 무디스는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지난 18일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고,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은 최근 러시아 주식 비중을 6년 만에 최대치로 늘렸다. 2년 내내 마이너스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5%까지 올라설 것이란 전망(세계은행)도 나왔다. 꽁꽁 얼어붙어 있던 시베리아 경제에 드디어 훈풍이 불어오는 걸까. 김전욱 미래에셋운용 상무는 "러시아 경제는 지난 2~3년간 저유가와 서방의 경제 제재 속에서도 맷집 있게 잘 견뎌냈다"면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등장 이후 서방과 관계를 개선할 기대감이 높아졌고 유가도 5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경제가 견조하게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가 상승과 친러 반중 호재

세계 12위(GDP 기준)인 러시아 경제를 짓눌러 왔던 변수는 두 가지였다. 첫째 유가다. 러시아는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에너지 관련 기업이 차지할 정도로 원유 수출 의존도가 큰 나라다. 하지만 지난해 유가가 20달러 선까지 떨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데 최근 주요 산유국의 생산 조절 발표로 최근 유가가 50달러 선까지 올라왔다. 둘째는 지난 2014년 3월 러시아의 강제적 크림반도 병합(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유럽 등이 시작한 경제 제재(자산 동결, 수출 금지 등) 조치다. 이후 러시아는 자본 유출 등 혹독한 침체를 겪어야 했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친(親)러시아적 정치 세력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경제 제재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미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러시아의 지정학적 가치가 자연스럽게 중요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한동욱 KB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자산(주가·환율) 가치는 유가 움직임과 맥을 같이한다"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하지 못할 경우엔 기대만큼 수익을 챙기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펀드 1년 수익률 57%

러시아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주식과 채권 두 가지다. 국내에서 러시아 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러시아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는 것이 대안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에서 거래되는 러시아 ETF로는 RSX가 대표 주자다. 거래량도 많고 규모도 가장 크다. 공격적 투자자들은 지수가 1 오르면 수익 3을 챙길 수 있는 3배짜리 레버리지 ETF인 RUSL에 베팅하기도 한다. 국내에는 아직 러시아에 특화된 ETF는 없고, 러시아 공모 펀드가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후로 설정된 10년짜리 펀드가 많은데, 미래에셋·KB·신한BNPP·키움 등이 운용한다.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57.49%에 달해 화려하지만, 설정 이후 수익률만 따져보면 -63%까지 내려간다. 작년과 같은 고수익 기대감 속에 올해도 367억원이 유입됐다.

러시아 국채를 살 수도 있다. NH투자증권·신한금투 등이 중개해서 판매하며, 세후 수익률은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연 6.1~6.6% 정도다. 최저 가입액은 2000만원.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러시아는 물가 상승률이 안정을 찾고 있어 향후 1~2년간 2%포인트가량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다"면서 "러시아 국채는 루블로 투자하기 때문에 환율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