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밖에서 지구와 비슷한 행성 7개가 모두 하나의 별을 공전(公轉)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과학계는 이를 지구처럼 생명이 살 수 있는 행성이 지금까지 생각보다 우주에 더 많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 공동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23일 자에 "'트라피스트-1(T RAPPIST-1)'이라는 왜성(矮星)을 공전하는 지구형 행성 7개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왜성은 이름 그대로 작고 빛이 약한 별이다. 논문의 대표저자인 미셸 길롱 벨기에 리에주대 연구원은 "행성의 숫자가 많을 뿐 아니라 놀랍게도 모두 지구와 비슷한 크기를 가진 굉장한 행성계"라고 밝혔다.

트라피스트-1 왜성은 에너지가 워낙 작아 행성들이 태양계 행성보다 훨씬 가깝게 돌고 있다. 행성의 공전 주기나 거리는 목성 주위를 도는 위성과 비슷하다.

트라피스트-1 왜성을 공전하는 b·c·d·e·f·g·h 행성은 반지름이 지구의 0.76~1.13배, 질량도 0.41~1.38배로 지구와 비슷한 크기이다. 연구진은 행성들의 표면 온도도 섭씨 0~100 안팎이기 때문에 액체 상태의 물과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유럽남부천문대(ESO)는 "특히 안쪽에 있는 e·f·g 세 행성은 생명이 살 가능성이 가장 커 지구형 행성을 찾는 천문학자들에게 성배(聖杯)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천문연구원 김승리 박사는 "지구형 행성 발견 중 최다"라며 "지구형 행성이 집중된 곳을 골라 관측한 것이 아닌 만큼 우주에 지구 같은 행성이 생각보다 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행성들의 공전 주기는 1.51~20일로 지구의 365일에 크게 못 미친다. 오히려 태양계 목성을 도는 위성들과 비슷하다. 공전 주기가 짧다는 것은 그만큼 별에 가까이 붙어 돈다는 말이다. 그래도 문제가 없는 것은 왜성이 워낙 에너지가 낮기 때문이다. 트라피스트 왜성은 질량이 태양의 8%에 불과하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 천문대의 이그나스 스넬렌 박사는 네이처 논평 논문에서 "목성의 위성 유로파는 목성의 인력 때문에 내부에 마찰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지하의 얼음이 녹아 바다를 이루고 있다"며 "트라피스트-1 행성들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성들은 지구로부터 39광년(光年) 떨어져 있다. 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로 9조4600억㎞ 정도이니 369조㎞ 정도 떨어져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칠레에 있는 천체망원경으로 왜성을 관측하던 중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행성들이 별을 공전하면서 지구로 오는 빛을 주기적으로 가린 것이다. 처음엔 행성이 3개라고 발표했다가 이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까지 동원해 총 7개의 행성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유럽 초대형망원경(E-ELT)과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완공되면 물과 생명체가 있는지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