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은 높아지는 국가별 환경·연비 규제 장벽을 뛰어넘기 위한 묘책을 찾는 데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연기관의 다운사이징(엔진 배기량을 낮추면서 연료 효율성과 출력을 높이는) 기술은 이미 정점을 찍은 상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나 전기차 등 저공해나 무공해를 지향하는 자동차는 높은 가격과 부족한 인프라 구조 등 현실적 여건들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당장 코앞에 닥친 규제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파워 트레인(엔진+변속기) 기술 개발보다 차체 경량화 기술 접목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접착제 사용 범위 확대

초고장력 강판이나 알루미늄·마그네슘·플라스틱·카본 파이버·복합 소재 등 경량화 소재는 보디·섀시·파워트레인·인테리어·전장 등 300여개의 부품에 사용되고 있다. 고급 차나 전기차에 적용되는 카본 파이버와 마그네슘의 사용량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알루미늄 사용량은 2025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관망하고 있다.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차체 무게를 줄였다 해도 강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소재 기술 적용은 효용 가치가 없다. 따라서 여러 가지 경량 소재를 손쉽게 차체에 접합하면서 구조적인 내구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조립 공법이 발전하고 있다.

최상의 접합 공법은 고강도 에폭시 1 액형 접착제를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볼트와 너트 같은 기계적 체결(締結)보다 무게를 줄일 수 있고 구조상 용접이 곤란한 알루미늄이나 카본 파이버 등 경량 소재와 강철을 쉽게 이어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볼트와 너트를 사용하거나 스폿 용접, 리벳(rivet·막대 형태 못) 결합보다 체결 부위가 넓어져 차체 강성이 높아지며 부품끼리 맞닿은 곳에서 발생하는 소음까지 줄일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자동차 산업용 접착제 사용량은 갈수록 늘고 있다.

자동차 구조용 접착제는 쓰임새가 광범위하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에 사용되는 전기 모터의 마그넷을 고정하는 용도로 쓰이기도 하고 차량용 컴퓨터 전자 제어장치의 기판이나 인버터와 컨버터의 부품 케이스, 각종 센서와 카메라 같은 플라스틱 부품 장착, 자동차 기술 발전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전장 부품 등에도 적용된다. 자동차 한 대당 접착제 사용 범위가 2~5배까지 늘어나고 있으며 이런 접합 공법으로 자동차 한 대당 대략 4만개 이상의 볼트와 너트 사용이 줄었다.

높은 온도에 취약하다는 단점

본딩(Bonding) 공법이 장점만 가졌으면 좋으련만 접착제를 사용한 부품 이음매를 뜯어내고 새 부품으로 교체하기 어렵고 높은 온도에 취약하다는 단점을 지녔다. 엔진에 사용되는 접착제는 엔진의 실린더 커버와 실린더 헤드, 엔진 블록, 오일 팬, 체인 케이스의 체결을 위해 사용한다. 볼트와 너트 사이에 석면으로 만든 개스킷(gasket)을 넣고 조립하는 압축형 고형 개스킷은 주행 충격으로 점차 볼트의 체결이 헐거워져 틈새로 오일이 새는 단점이 있어 자주 오일을 보충해주고 볼트를 조여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열에 의해 고형 개스킷이 변형되기 쉽다.

일본의 쓰리본드가 1970년대 중반 처음 개발해 상용화한 액상 개스킷은 내열성이 높은 실리콘계 액상 접착제로 실린더 헤드처럼 높은 열이 발생하는 곳에서 밀착성, 접착력이 강하다. 액상 개스킷은 실온에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면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경화되기 때문에 만약 사고나 노후로 인해 오일이 새 나와 오일 팬을 교체했을 경우 액상 개스킷이 완전히 경화되기 전까지 며칠간 고속 주행이나 무리한 운행을 삼가는 게 좋다. 또 오일 팬을 조립할 때 액상 개스킷에 먼지나 이물질이 묻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엔진 계통에 사용되는 접착제는 액상 개스킷이 주류다.

강력해진 국가별 연비 규제 시행으로 차체 경량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이는 자동차 산업용 접착제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계기가 됐다.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시장의 성장세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볼보자동차 'XC90' 섀시(뼈대). 자동차 업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환경 규제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차체를 가볍게 하기 위해 알루미늄·마그네슘과 같은 경량화 소재를 쓰고 있으며 조립 과정에서 무게를 줄이면서 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강도 접착제 사용을 늘리고 있다.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용접하는 모습. 전장 부품처럼 용접이 어려운 부위에는 용접 대신 접착제를 쓴다.
볼보자동차 폴스타 S60 엔진룸. 엔진처럼 높은 열이 발생하는 곳에 쓰는 내열 접착제도 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