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리정철이 말레이시아 회사에 '위장 취업'했던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현지 경찰이 리정철 직장으로 지목한 톰보 엔터프라이즈의 총칭치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서류상으로는 우리 회사 IT(정보기술) 부서 직원으로 돼 있지만, 말레이시아 체류를 위한 취업 비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호의로 비자 발급을 도와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리정철과 직접 만난 것은 2013년 이후 다섯 번뿐이고, 리정철이 영어를 전혀 못해 그의 딸이 항상 통역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는 리정철에 대해 "겸손하고 차분한 보통 북한인"이라고 했다.

총 사장은 "리정철과는 무역 거래를 논의하던 사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산 건강식품을 수입하고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수출하는 거래를 협의했지만, 가격 차가 커서 거래가 성사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팜유를 수입하려고 하는데 견적서를 보내달라"는 지난 10일자 리정철의 문자 메시지도 보여줬다. 총 사장은 "북한 지인을 통해 2013년 리정철을 IT 전문가라고 소개받았으나, IT 쪽의 전문적 능력은 없었다"며 "그가 화학 전문가라는 이야기는 이번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처음 들었다"고 했다.

리정철 집에서 7㎞쯤 떨어진 이 회사는 홍콩의 건강 보조 식품을 가져다 말레이시아에 판매하는 회사로, 직원은 10여명에 불과하다. 총 사장은 리정철 외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10여명의 북한인이 말레이시아 비자를 받도록 도왔다고 했다. 그는 "불법 아니냐"는 질문에 "개인적 친분과 호의로 그랬는데, 지금 경찰 조사를 받는 등 곤경에 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