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앨버트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며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했다. 중력파는 블랙홀이나 별의 폭발 등 우주에서 초대형 이벤트가 생길 때 물결 형태로 파동이 퍼져나가면서 일시적으로 시공간을 왜곡시키는 현상이다.

1년 전인 작년 2월 11일 2016년 과학자 1000여명으로 이뤄진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 연구자들이 처음으로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금세기 최고의 과학적 발견으로, 우주 탄생의 원리를 탐구하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2개의 블랙홀 병합으로 생기는 중력파로 인해 시공간이 휘어지는 현상을 그린 모식도.

라이고는 앞으로 더 자주, 더 많은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라이고가 중력파를 감지할 수 있는 감도를 지금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초 열린 미국물리학회에서 라이고의 감도를 높이기 위해 ‘양자역학적 모델’을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양자역학적 모델을 이용해 현재 라이고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아이디어다.

◆ 양성자 크기 1000분의 1 정도의 시공간 변화 감지하는 라이고

라이고는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각각 설치돼 있다. 라이고는 한 팔의 길이가 4㎞에 이르는 터널 2개가 기역자 모양으로 붙어 있다. 양쪽 끝에 무게가 40kg에 달하는 거울이 달려 있고, 이 사이를 레이저가 왔다갔다한다.

만일 우주에서 온 중력파가 지구로 도달해 라이고를 지나가면 공간이 왜곡되면서 거울 사이를 오가는 레이저에 변화가 생기다. 라이고는 이를 간섭계라고 불리는 광학기술을 이용해 검출한다. 라이고의 정밀도는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 크기의 1000분의 1밖에 안 되는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에 있는 중력파 검출 장치 ‘라이고’.

라이고는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중력파가 아닌데도 거울 사이를 오가는 레이저 빛에 변화를 일으키는 각종 ‘잡음(노이즈)’까지 탐지하는 게 문제다.

라이고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지진이나 자동차 등의 움직임 등 각종 잡음을 걸러내고 중력파의 흔적만을 골라내는 게 라이고 협력단 과학자들의 역할로 떠오르고 있다.

◆ 라이고 자체도 잡음 유발한다...양자역학적 모델로 감도 높이는 연구 활발

외부 요인 뿐만 아니라 라이고 스스로도 잡음을 만들어낸다. 라이고가 사용하는 ‘레이저 빛’ 때문에 생기는 ‘산탄잡음’과 ‘복사압력잡음’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 빛이 거울에 입사될 때 빛 알갱이의 개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일정한 간격으로 빛이 들어오지 않게 된다. 입자의 방출 및 흡수가 불규칙하게 발생하면 광검출기 라이고에서 주파수와 무관한 잡음이 발생한다. 이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빛 알갱이의 양을 늘려주면 된다. 고출력의 레이저가 라이고에 필요한 이유다.

한 연구자가 라이고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복사압력잡음은 레이저 빛이 거울을 때리고 반사할 때 빛 알갱이들이 표면에서 부딪혀 압력을 발생시켜 생기는 잡음이다. 빛이 많이 들어오면 압력이 늘어난다.

결국 산탄잡음을 줄이기 위해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하면 복사압력잡음이 생기고, 복사압력잡음을 줄이려고 레이저 빛의 양을 줄이면 산탄잡음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오정근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 박사는 “양자역학에서 거론하는 불확정성의 원리처럼 빛의 양에 따라 생기는 잡음이 불가피하다”면서 “최근 라이고 협력단에서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서로 ‘양자적으로 얽혀 있는’ 두 종류의 레이저를 함께 사용하는 새로운 장비 모델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 아이디어를 제안한 팬 장(Fan Zhang) 베이징사범대학교 교수는 “라이고 검출기의 근본적인 성능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서로 상관관계를 지닌 연결돼 있는 2개의 레이저를 양자역학적으로 활용하면 라이고 내부의 잡음을 줄일 수 있는 흥미로운 실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