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올해 B787-9, CS300 등 차세대 항공기 17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미국 보잉사가 만든 B787은 꿈의 여객기라는 뜻의 ‘드림라이너’(dreamliner)로 불린다. 대한항공은 2월 말부터 B787-9 10대를 순차적으로 들여올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B787-9에 주요 부품을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2004년부터 보잉사의 787기 제작 및 설계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2001년, 2006년, 2012년에는 보잉이 선정한 ‘올해의 최우수 사업 파트너’로 꼽히기도 했다. 지난 17일 B787-9 부품 제작 현장인 부산 대저동 대한항공 항공우주산업본부 테크센터를 찾았다.

보잉787기에 들어가는 동체지지용 구조물.

◆ 2004년부터 보잉 787기 제작 참여...핵심 부품 5가지 공급

대한항공은 1976년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설립하며 총 71만㎡(21만평), 연면적 26만6000㎡ 규모의 테크센터를 설립했다. 이곳에서는 보잉, 에어버스 등 해외 유수 업체에 민항기 구조물을 개발, 제작해 공급하는 것은 물론 군용기 정비 및 성능개량, 무인기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직원은 총 4000여명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80년대부터 보잉, 에어버스 등 민항기 부품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대한항공이 생산한 항공기 부분품으로 제작된 항공기는 보잉 717, 737, 747, 767, 777, 787, MD-11, MD-80, MD-90과 에어버스 A320, A330, A340, A350, A380, 브라질 엠브레어 EMB170, EMB190 등이다.

B787-9는 기체의 50% 이상을 가벼운 탄소 복합재로 만들어 기존 여객기보다 연료 효율이 20% 이상 높은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최대 운항거리는 기존 B787-8(1만5200km) 보다 550km 정도 늘어나 1만5750km까지 운항할 수 있다.

B787-9에 쓰이는 탄소 복합재를 만드는 복합재 2공장을 방문했다. 공장 출입문은 셔터로 굳게 닫혀 있었다. 기자들이 공장 안에 들어가자 셔터가 다시 굳게 닫혔다. 공장 안에 들어가니 왼편에 셔터가 또 하나 있었는데 셔터 안쪽 공간이 복합재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탄소 섬유를 주재료로 여러 가지 재료를 배합해 350도 온도에서 굽고 가공한다. 대부분의 공정은 자동화로 진행된다.

셔터가 열리자 100여평 남짓한 공간에 채 10명도 되지 않는 직원들이 있었다. 직원들은 마스크와 헤어캡을 썼고 흰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안에는 슬리퍼를 갈아신어야 들어갈 수 있었지만 기자들의 출입은 제지됐다. 안내를 맡은 류화수 팀장은 “복합재를 배합할 때 이물질이 들어가면 안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만든 복합재는 날개 끝 곡선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팁(Raked Wing Tip), 후방 동체(After Body), 날개 구조물인 플랩 서포트 페어링(Flap Support Fairing) 등 5가지 핵심부품을 만드는데 쓰인다. 대한항공은 작년에만 787기 130대에 부품을 제공했다.

창정비중인 미국 A10 전투기.

◆ 군용기 정비 공장 거쳐간 군용기만 총 6000여대

테크센터에 있는 군용기 정비 공장에서는 미국 대(對)전차 공격기 A10 등 국내와 미군 군용기들의 창정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창정비는 군용기를 일정 기간 정비시설에 입고해 주요 장착물을 분해 수리하고 방부 처리와 구조물 검사, 성능 체크, 비행 시험 등을 하는 것을 말한다. 정비를 받는 기체 앞부분에는 입고일, 출고 예정일, 기장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현수 대한항공 군용기공장 부장은 “이곳에서는 국군이 운용하는 모든 군용기와 아시아 지역에서 미군이 운용하는 모든 군용기가 점검을 받는다”며 “군용기의 경우 4~6년마다 정기적으로 점검한다. 설계시 예상했던 부품 수명과 실제 사용시 수명을 비교해가며 고장나기 전에 부품을 교체해준다”고 말했다. 기체를 모두 분해해 부품에 금이 간 곳은 없는 지 등 수만개에 이르는 부품을 하나하나 검사한다. 뜯어낸 부품은 새 것으로 교체하거나 다시 장착한다. 이곳을 거쳐간 군용기는 국군 1700여대, 미군 4000여대에 이른다.

민항기 중정비 공장에서는 보잉 777기 두 대가 점검을 받고 있었다. 민항기는 종류에 따라 18~24개월 주기로,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40일동안 정비를 받는다. 기내 좌석 배열을 바꾸거나, 객실 내장재, 시트 등을 장착하며 여객기를 화물기로 고치는 작업을 한다. 연간 60여대의 민항기를 수리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무인항공기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04년 무인기 개발에 착수해 2007년 다목적 지상 감시용 무인기 KUS-7 개발에 성공했으며 2009년에는 전술용 무인항공기로 전환이 가능한 KUS-9를 개발했다. 2014년 개발한 다목적 전술급 무인항공기 KUS-FT는 올해 안에 군에 보급될 예정이다.

2013년 10월에는 보잉사와 500MD 헬기에 자동 조종장치를 달아 무인항공기로 개조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500MD 2대를 개조하는데 성공했으며 비행시험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269억원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무인기와 항공기 제작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