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톱3' 업체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격차도 더 벌어졌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주춤한 사이를 틈타 중국 스마트폰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세계시장에서 스마트폰 7678만대를 판매하면서 17.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이 처음 불거졌던 3분기 때보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경쟁사인 미국 애플과 중국 업체들의 선전으로 전체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2년 만에 애플에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왔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7704만대를 판매한 애플은 근소한 차이로 삼성전자를 앞서며 1위를 기록했다.〈그래프 참조

중국 업체인 화웨이(9.5%)·오포(6.2%) ·비보(5.6%) 3총사는 지난해 3분기에 이어 애플과 삼성전자 다음으로 각각 3~5위를 차지했다. 중국 '톱3' 업체의 지난 4분기 판매량은 모두 9179만대로 통합 점유율 21.3%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은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때만 해도 중국 '톱3'의 통합 시장점유율(18.8%)은 당시 1위 삼성전자(22.3%)에 미치지 못했지만 3분기 들어서면서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가트너의 안술 굽타 책임 연구원은 "화웨이는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 이후 한 달 만에 메이트9을 출시하면서 삼성전자의 빈 틈을 차지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그동안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저가폰을 앞세워 시장 저변을 확대한 데 이어 작년 하반기부터는 삼성·애플이 양분했던 프리미엄폰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중국 1위 업체인 화웨이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P9은 작년 한 해 동안 1000만대가 팔리는 돌풍을 일으켰다. 오포와 비보 역시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상당한 강세를 보였다. 특히 오포는 카메라 기능, 비보는 음향 기능 강화로 차별화했다. 오포가 지난해 내놓은 중저가폰 R9시리즈는 중국에서 1700만대가 판매되며 애플 아이폰을 제친 것으로 알려졌다. 5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도 지문 인식과 같은 첨단 기능을 갖췄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중국 기업의 약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삼성과 애플을 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온 화웨이는 이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P10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8 출시 지연을 틈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방인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어에 특화된 전용 AI를 독자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