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계로 만든 백숙이 몸에 더 좋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바딤 글라디세프 교수와 이상구 박사 연구진은 1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노화가 진행된 고기를 먹으면 어린 고기를 먹을 때보다 노화가 촉진돼 수명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12개월 된 생쥐를 30마리씩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3년생 사슴고기와 25년생 사슴고기를 먹였다. 사슴의 수명은 32년 정도다. 실험 결과 늙은 사슴고기를 먹은 암컷 생쥐들은 어린 고기를 먹은 생쥐보다 수명이 평균 13.3% 줄었다. 효모와 초파리에서도 나이 든 먹이가 수명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생명체가 나이가 들면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손상된 분자들이 쌓인다"며 "나이 든 먹잇감을 섭취하면 손상된 분자들이 몸으로 들어와 노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생물은 노화 정도에 따라 영양성분이 달라졌다. 3년생 사슴고기는 단백질이 90.0%이고 지방은 2.1%에 그쳤지만, 25년생 사슴고기는 단백질이 57.8%, 지방이 38.0%였다.

하지만 수컷 생쥐에서는 사슴고기의 나이가 수명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성별에 따른 노화 메커니즘의 차이를 밝힐 계획이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는 서울대 출신인 이상구 박사이며, 서울대 김대용 교수와 강원대 김은배 교수 등 국내 연구진들도 공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