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언제 닫았지?”

주말 저녁 서울 명동의 한 의류매장을 찾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놀라 돌아섰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영업 중’이라고 나오는 이 매장문은 ‘영업종료’ 안내문이 붙여진 채 굳게 닫혀 있었다.

대한민국 ‘1등 상권’ 서울 명동에서 빈 가게가 늘고 있다. ‘유커’(游客)’로 불리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최근 한·중 관계 악화 여파로 크게 줄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게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일부 점포는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서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낮추고 있다.

명동 거리에 있는 빈 점포들.

◆ 상인들 “매출 반토막” 한목소리…문 닫은 가게 속출

지난 12일 찾은 명동역 주변 대로변과 중심거리는 주말 저녁 시간이었지만 한산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1층임에도 비어 있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명동 사잇길’로 불리며 의류매장이 밀집해 있던 한 거리는 점포 대부분이 비어 있어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

이런 현상은 명동의 주요 방문객이었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최근 크게 줄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방한 단체 관광객을 20% 줄이도록 지시하고, 중국발 한국행 전세기에 대한 운항 신청을 불허하는 등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12일 주말 저녁 시간에도 크게 붐비지 않는 명동역 앞.

지인들과 함께 명동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캔디(여·30)씨는 “한·중 간 갈등이 커진 이후 중국 내에서 방한 단체 관광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명동 상인들은 매출 하락을 체감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인 단체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매장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명동 안쪽 골목일수록 손님이 한 곳도 없는 매장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 임경희(여·30)씨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1월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며 “1년 중 최대 대목인 춘절 때도 예상보다 손님이 없어 한가로웠다”고 말했다.

주말 저녁에도 음식점들이 있는 골목이 한산하다.

음식점 사장 홍순해(65) 씨는 “지난해 말부터 월 매출이 반토막이 나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주말 저녁인데도 손님이 안 와 밖에서 호객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동 사잇길의 한 소매상점 직원 박지연(여·27)씨는 “최근 이 거리 유동인구는 거의 없다시피 해서, 하룻밤 자고 나면 문을 닫는 가게가 생기고 아직 영업하는 가게들도 너나없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기 바쁘다”고 말했다.

◆ 콧대 높던 임대료도 하락

빈 가게가 늘자 콧대 높던 임대료도 꺾이는 추세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명동 중심거리 점포의 한 달 임대료는 억대에 이른다. 전용면적 66㎡ 기준으로 2~3층을 통째로 임대하는 경우 월 임대료는 1억~1억6000만원, 보증금은 임대료의 10배 수준인 15억원 수준이다.

명동 인근 M공인 관계자는 “공실이 많은 명동 사잇길의 경우 전용면적 66㎡짜리 3개 층을 빌리는 데 드는 월 임대료는 1000만~2000만원 정도로, 중심거리보다는 저렴한 편이지만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편”이라면서 “못 버티고 가게를 내놓은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Y공인 관계자는 “중심거리는 빈 가게가 있어도 건물주들이 당장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데, 안쪽 골목 점포의 경우 공실 기간이 길어지면서 임대료가 낮아지고 있다”면서 “전용면적 198㎡짜리 한 이면부 점포의 경우 지난해 월 임대료가 6000만원이었는데 오랫동안 들어오는 사람이 없어 현재는 3000만원까지 낮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도 상황은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