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수요사장단회의에 참석한 사장단은 침통한 분위기였다. 사장단 대부분은 입을 굳게 다문 채 회의장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평소 취재진과 눈을 맞추며 가벼운 인사라도 나누던 사장들조차 굳은 표정으로 침묵했다. 오전 6시24분 출근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취재진으로부터 이 부회장 영장 청구 대응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오전 6시28분쯤 출근한 성열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도 마찬가지로 묵묵부답이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삼성전자 고동진 김현석 사장, 홍원표 삼성SDS 사장 등도 말을 아꼈다.

일부 입을 연 사장들도 무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정칠희 종합기술원 사장은 사장단회의 분위기를 묻는 말에 "좋을 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특검의 영장 재청구와 관련, "현 시점에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고, 김석 삼성사회공헌위원회 사장은 "왜 그런 걸 질문하느냐"며 답을 피했다. 김태한 삼성바이로직스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대답을 거부했다. 김영기 네트워크사업부장(사장)은 차를 대기하는 30여초간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뇌물 공여) 등 5가지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특검팀이 지난달 청구한 영장이 기각된지 27일만에 다시 청구한 것이다.

특검팀은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지원의 실무를 도맡은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 사장에 대해서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과 박 사장의 구속 여부는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판사 심리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17일 새벽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특검의 영장 재청구에 대해 이전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삼성은 "대통령에게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면서 "법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사장단은 '중국의 ICT 기술 동향과 한중 협력 방향'을 주제로 한 이우근 중국 칭화대 마이크로나노전자과 교수의 강연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