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소기업들은 협업(協業)을 통해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공동으로 사업 규모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이익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다. 대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속되면서 일감 하도급이 줄어들고, 첨단산업이 떠오르는 환경에 개별 중소기업이 혼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식 중소기업 협력 모델은 여러 사례가 있다.

교토 지역 정밀기계 분야 중소기업 150곳은 지난 2010년, 제너럴프로덕션이란 동업 회사를 차렸다. 일감을 따온 뒤, 공정별로 협력사들이 업무를 분담한다. 가공은 A사, 열처리는 B사, 도금은 C사가 맡고 수익금은 나눠 갖는 식이다. 설립 2년 만에 도요타의 1차 협력업체로 지정돼 변속기 부품을 납품하고 있고, 독일, 인도에도 수출하고 있다. 교토에는 기계 금속 분야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만든 '교토시작센터'라는 회사도 있다. 일감 의뢰가 들어오면 회원사별로 주력 업종, 핵심 기술, 보유 설비를 감안해 2시간 안에 최적의 회원사를 연결해 준다. 2006년 회원사 10곳으로 시작했지만 10년 만에 100곳으로 불어났다.

도쿄에는 항공기 부품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9개 회사가 뭉친 아마테라스라는 컨소시엄 단체가 있다. 일본 중소기업 컨소시엄으로는 처음으로 종합상사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미국 항공 부품 제조사로부터 일감을 수주했다. 한국무역협회 기업경쟁력실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대기업이 노리지 않는 틈새시장이나 신성장 분야에 중소기업끼리 힘을 모아 시장을 개척하는 붐이 일어나고 있 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끼리 협업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동업(同業)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남아 있고, 기술 유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윤치훈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융합사업본부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및 산하기관들이 중소기업 간 협력체계 구축을 주선해 경쟁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며 "기술 유출 문제는 초기에 면밀하게 법적 계약을 맺으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