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다음 달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입출금식 예금의 신규 고객에게 '계좌유지 수수료' 명목으로 월 5000원을 부과한다. 계좌유지 수수료는 해외에선 일반화되어 있지만, 현재 국내 은행 가운데 계좌유지 수수료를 물리는 곳은 없다. 다만 국내에선 수수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데다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가 0.1%대로 떨어진 상황이라, 계좌유지 수수료가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씨티은행은 10일 홈페이지를 통해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 계획을 밝혔다. 다음 달 8일부터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에 새로 가입하는 고객에게 수수료를 물린다는 것이다. 매달 마지막 영업일에 거래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이면 수수료 5000원을 내야 한다.

예외도 있다. 기존 고객은 거래 잔액이 1000만원 미만이라도 계좌유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지점에 오지 않고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통해 거래하는 고객도 이 수수료를 안 낸다. 19세 미만이거나 60세 이상인 고객, 기초생활보상자, 소년소녀가장 등도 수수료 부과대상이 아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해외에선 계좌유지 수수료가 일반화돼 있다"며 "이 수수료가 정착되면 미사용 계좌가 줄고 온라인·모바일 거래가 늘어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핵심 전략은 고액 자산가를 상대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은 소액 고객을 줄이고 고액 자산가에게 영업을 집중하자는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계좌유지 수수료가 정착하기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SC제일은행이 2001년 이 수수료를 도입했다가 고객 반발과 여론 악화에 부딪혀 3년 만에 폐지한 전례가 있다. 대기업 부장 정모(45)씨는 "미국 근무 때 매월 잔액 2000달러 미만 등이 되면 수수료 12달러를 낸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 굳이 수수료를 내가면서 통장을 만들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번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에 대해 국내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고 수수료를 올리는 손쉬운 선택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시중은행 영업이익에서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에서 생기는 수익)과 각종 수수료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95%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