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36m의 태풍이 바다를 뒤흔들었다. 작년 10월 5일 오전 8시 30분쯤 전남 여수 오동도 근처에 있던 1320t급 여객선 미남크루즈호가 태풍 차바에 휩쓸려 순식간에 방파제와 충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배에 타고 있는 선원 6명 중 2명이 방파제 위를 걸어 오동도 밖으로 나오려다 파도에 휩쓸려 물에 빠졌고, 4명은 배에 남은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수해양경비안전서 112 구조대가 급히 출동했다.
구조대는 이후 비바람과 사투(死鬪)를 벌였다. 구조대원 중 4명이 구조 도중 강풍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고 그 과정에서 대원 2명은 십자인대가 끊어지거나 골절상을 입었다. 악조건에서 구조 작업을 벌인 지 20여분, 여객선 선원 6명은 결국 전원 구조됐다. 신승용 구조대장은 "이때 부상을 입은 대원들은 지금도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LG복지재단은 이 여수해양경비안전서 112 구조대원 7명(신승용 경위·박정채 경위·박창용 경사·김명동 경장·강성찬 경장·이세종 경장·유진호 경장)에게 작년 12월 'LG의인상'을 수여하고 각각 상금 1000만원씩을 수여했다. 그러나 구조대원들은 부상을 당해 치료가 필요한 2명을 제외한 5명분 상금 5000만원을 전액 기부했다.
신승용 구조대장은 "애초에 우리는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상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LG복지재단에서 좋은 뜻에서 상금을 주셨으니 우리도 좋은 곳에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상금 절반을 해양경찰 유가족 자녀 장학 재단에, 나머지 절반은 지역 사회복지관과 유니세프에 기부했다.
나눔이 만드는 또 다른 나눔
작년 성탄절인 12월 25일, 서울역에서 부산행 KTX 기차를 기다리던 한 40대 중년 남성이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더니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람들이 놀라 모여들었고 우왕좌왕했다. 이때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와 이 남성의 고개를 뒤로 젖혀 기도(氣道)를 확보하고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응급조치를 취한 이가 있었다. 해군 작전사령부 소속 반휘민 중위였다. 이후 주변에 있던 마취과 의사 등이 달려와 도왔고, 의식을 잃었던 40대 남성은 구급대에 인계된 뒤 곧 의식을 되찾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119 구급대원은 "조금만 응급처치가 늦었더라도 위험할 뻔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27일 안동댐 인근 시설을 점검하고 복귀하던 안동경찰서 소속 이태걸 경사는 다리 난간 아래로 검은 물체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이다!' 이 경사는 사람이 떨어졌음을 직감하고 바로 119에 구조 요청을 보낸 다음 자신도 차디찬 강물로 뛰어들었고 여러 차례 잠수 끝에 물에 빠진 40대 여성을 구조했다. 여성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안타깝게도 숨을 거두고 말았다. LG복지재단 측은 위급한 상황에서 기지를 발휘한 반휘민 중위와 이태걸 경사에게 1월 의인상과 상금을 수여했다. 반휘민 중위는 받은 상금을 모두 노숙자 보호 시설인 경기 성남 '안나의 집'에 기부했고, 이태걸 경사도 상금 전액을 안동시 장학회에 모두 전달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3월 불길 속에 갇힌 90대 할머니를 구조한 가평경찰서 박종우 경사도 LG의인상 상금을 할머니 치료비로 내놓은 바 있다. 나눔이 또 다른 나눔을 낳은 셈이다.
LG의인상, 그 조용한 파장
LG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義人)에게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을 반영해 LG복지재단이 2015년 제정한 상이다. 소방관·경찰관·군인 같은 '제복을 입은 의인'부터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크레인·굴착기 기사 같은 '시민 의인'까지, 지금까지 34명의 숨은 의인을 찾아 상을 수여해왔다.
LG의인상은 조용히 치러진다. 수여식을 언론에 공개하거나 의인상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하지도 않는다. 수여자의 생업 현장을 찾아가 표창장과 상금을 전달하는 게 전부다.
LG의인상의 첫 수상자는 고(故) 정연승 육군 특수전사령부 상사였다. 그는 2015년 9월 이른 아침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여성을 발견하고 달려가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처치를 하던 중 신호를 위반하고 달려오는 트럭에 치여 숨졌다. LG복지재단은 유가족에게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의인 중 일부는 적극 채용한다. LG복지재단 측은 작년 2월 대구지하철 1호선 명덕역 승강장에서 떨어졌던 시각장애인을 구조한 최형수(26)씨에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은 물론, 졸업 후엔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의로운 일에 자신을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도 강한 책임감을 발휘하며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본무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