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시작된 이마트와 쿠팡의 최저가 전쟁이 1년 만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유통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가운데 양사가 서로 다른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이마트는 “최저가 품목을 늘리겠다”며 올해 더욱 공격적으로 가격 경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반면 쿠팡은 가격 경쟁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나 로켓배송 등 서비스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 이마트 “온라인몰 경쟁 상품 위주로 최저가 확대” 강수

이마트가 꺼낸 카드는 ‘가격 경쟁 확대’다. 최저가로 판매하는 상품을 늘려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에 뺏긴 고객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작년 2월부터 최저가로 판매하는 품목에 ‘가격의 끝’이란 이름을 붙여왔다.

이마트가 지난 9일 최저가 상품으로 추가 선정한 품목이 기저귀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아기를 돌보느라 이마트에 가기 힘든 소비자들이 쿠팡을 통해 가장 많이 산 품목 중 하나가 기저귀였기 때문이다. 1년 전 이마트가 최저가(가격의 끝) 1호 상품으로 선정한 품목도 기저귀였다.

이마트가 최저가로 판매하고 있는 기저귀 상품.

이마트 관계자는 “기저귀는 반복 구매가 필요한 핵심 생필품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고, 매출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대표 품목”이라며 “작년에 선정한 팬티형 기저귀 4종에 신규로 밴드형 기저귀 5종을 더해 총 9종의 기저귀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가 가격의 끝 상품으로 추가 선정한 기저귀는 ‘하기스 매직기저귀 중형116매(2만3480원)’, ‘대형96매(2만2500원)’, ‘보솜이 천연코튼 중형92매(1만6870원)’, ‘대형80매(1만6870원)’, ‘특대72매(1만6870원)’이다.

가격의 끝 상품으로 기저귀를 선정한 후 이마트의 기저귀 매출은 32.6%(작년 2월 18일~12월 31일 기준) 늘었다. 특히 가격 비교 구매 성향이 강한 온라인 채널(이마트몰)에서의 성과가 좋았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는 “빅데이터와 고객 설문을 활용해 가격의 끝 신규 품목을 선정할 것”이라며 “가격의 끝 상품 수를 확대해 소비자들이 가계 안정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이마트 가격의 끝 상품인 ‘하기스 매직팬티 대형’의 개당 가격 추이.

◆ 쿠팡, 소셜커머스 사업 접고 로켓배송 등 서비스에 집중

쿠팡이 내놓은 전략은 ‘서비스 차별화’다.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 확대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마트와 가격 경쟁을 벌였던 작년 초와 대응 방안이 달라졌다. 쿠팡은 작년 2월 이마트가 기저귀 최저가를 선언하자 해당 상품(하기스 매직팬티) 가격을 장당 310원으로 내린 바 있다. 로켓배송은 쿠팡 직원 이른바 ‘쿠팡맨'이 상품을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로 1만9800원이상 구입하는 고객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지난 2일에는 공동구매 형태의 소셜커머스 사업을 완전히 접고 로켓배송 중심의 이커머스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쿠팡 관계자는 “로켓배송은 물론 가장 좋은 조건의 판매자를 보여주는 자동 비교 시스템, 최대 10% 추가 할인되는 정기배송, 솔직한 상품평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며 “작년 말 자체 조사한 이커머스 고객 만족도(NPS) 점수는 96점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은 쿠팡의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다. 쿠팡은 배송기사인 ‘쿠팡맨’을 채용해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은 가격보다는 서비스로 고객을 잡기로 했다. 나비드 베이세 쿠팡 이커머스 SVP(Senior Vice President)는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쿠팡 직구, 여행 서비스, 로켓페이(간편결제) 등 더 많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 “역마진 견디기 어려웠을 것” vs “승패 지켜봐야”

유통업계에선 “쿠팡이 이마트 같은 대기업과 긴 시간 동안 가격 전쟁을 벌이긴 힘들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5년에 5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쿠팡이 계속해서 역마진을 감수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누가 승자가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닐슨이 최근 발간한 ‘글로벌 커넥티드 커머스 보고서’에 따르면 ‘가정용 청소용품 및 제지류’ 제품의 경우 한국의 온라인 구매 경험률(44%)이 조사에 참여한 주요 63개국 중 가장 높았고, ‘미용 및 개인 위생용품’, ‘포장 식품’, ‘신선 식품’ 부문의 구매 경험률에서는 모두 2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경험률 비교.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로 쇼핑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의 부상에 따라 유통업계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는 소비 패턴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