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독성 박테리아로 암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신개념 면역치료법이 개발됐다. 국내 연구진이 살모넬라와 비브리오균을 유전공학적으로 융합해 '암 치료용 박테리아'를 제작한 것이다.

민정준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

9일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민정준, 이준행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이상적인 암 치료약은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살상하고 정상세포에는 아무런 독성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다.

살모넬라균은 암조직에 강한 친화성을 갖고 있는 박테리아로 알려져있다. 살모넬라균이 몸안에 주입될 경우 정상조직보다 암조직에서 약 10만배 더 많이 증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암 친화성이 입증된 박테리아로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민정준, 이준행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여년 동안 생체에 거의 독성을 일으키지 않는 살모넬라 균주를 제작하고, 이를 유전공학적으로 재설계해 암 동물모델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용 균주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독성이 크게 약화된 살모넬라 균주가 암조직에서 비브리오 균의 편모인 '플라젤린(Flagellin B)'이라는 면역유발물질을 생산하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설계했다.

이를 다양한 종류의 암이 이식된 생쥐모델에 실험한 결과, 해당 박테리아가 강력한 항암 면역작용을 일으켜 원발성 암은 물론 전이암에서 매우 우수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무독성 살모넬라와 균주가 생산하는 FlaB가 독특한 항암작용을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살모넬라가 암에서 증식하는 동안 면역세포의 대량 침윤이 일어났고, 이어서 생산된 FlaB는 침윤된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대해 강한 독성을 나타내도록 유도했다. 결론적으로 유전공학적으로 재설계된 살모넬라가 2단계에 걸쳐 암 치료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민정준 교수는 "비유하자면 암을 표적한 살모넬라는 암으로 군대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FlaB는 이 군대에 발포 명령을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독성 살모넬라가 암조직에서 FlaB를 생산하면서 대식세포가 암을 공격하는 세포로 바뀌는 등 엄청난 강도의 면역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살모넬라가 암 조직에서 증식하면서 면역세포를 자극해 강력한 염증작용과 항암 면역작용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의학계도 주목하고 있다. 해당 논문은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9일 게재됐고 온라인 커버스토리로 채택됐다.

민 교수는 "유전공학적으로 재설계된 살모넬라 균주를 향후 암 치료제로서 실용화해야 할 것
이고, 이 균주를 이루고 있는 어떤 성분이 면역세포의 침윤을 유발하는지 밝혀내는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살모넬라를 이용한 암 치료기술이 의료현장에서 많은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이용되는 것이 연구 인생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복지부의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어 사업으로 지원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