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구제역·AI(조류인플루엔자) 살처분 보상 제도가 농민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방역 활동을 소홀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축산 농장에서 구제역이나 AI 양성 판정이 나왔을 경우 살처분 가축 시가의 최대 80%를 보상금으로 주도록 하고 있다. 애초엔 100%를 보상해줬지만 농민들의 모럴 해저드 문제가 불거지자 2015년 말 '보상금 감액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2년 이내에 2번 발생하면 보상금을 60%, 3번 발생하면 30%만 주고, 4번 발생하면 전혀 주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신고를 늦게 하거나 소독과 백신 접종 등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엔 보상금을 추가로 깎는다.

그러나 지금 제도 역시 기준 기간(2년)을 너무 짧게 잡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년 내에 같은 농장에서 똑같은 병이 2번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정부는 애초 기준 기간을 5년으로 하려 했는데, '그렇게 하면 보상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농민 반발에 부딪혀 기준 기간을 2년으로 줄였다. 이 때문에 한 농장에서 3년 만에 구제역이나 AI가 발생하면 농가는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선진국도 대부분 구제역·AI에 대해 살처분 보상금을 준다. 그러나 지급 방식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보상금을 전액 예산으로 지원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농민들에게 일부 금전적 부담을 지게 한다. 일본의 경우 처분된 가축의 시세가 아니라 키우는 데 들어간 비용만 보상해준다. 보상금이 시세보다는 적기 때문에 부족한 금액은 농민과 정부가 미리 매칭 펀드 방식으로 만든 기금에서 지원받는다. 네덜란드도 농민과 정부가 각자 돈을 내 만든 '동물 건강 기금(Animal Health Fund)'에서 보상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