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세계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시장에서 한국의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가 확고한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복제약 시장 1위 기업인 셀트리온은 올해 매출 1조원을 내다보고 있다. 뒤늦게 가세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블록버스터급 바이오 의약품의 복제약을 대거 개발하고 시장 개척에 나섰다. 두 회사 모두 제품 개발과 출시가 해외 경쟁사보다 1~2년가량 앞서 있어 한국산(産) 바이오시밀러 전성시대가 앞당겨질 전망이다. 시장조사 기관 메디컬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 복제약 시장은 지난해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서 2022년 580억달러(약 65조9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 올해 고성장 원년(元年)

셀트리온은 6일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램시마'의 미국 판매가 본격화되는 올해가 고성장의 원년"이라며 "원조 의약품인 존슨앤드존슨의 '레미케이드'와 효능은 같으면서 가격은 15% 저렴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미케이드는 2015년 기준 약 11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중 67%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출시된 레미케이드의 복제약은 램시마뿐이다. 램시마는 2013년 6월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뒤 지난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비슷한 점유율을 미국 시장에서 올린다면 2018년에는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업체 셀트리온의 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을 복제하는 바이오 복제약 시장은 이제 초창기이다. 바이오 의약품들의 특허가 최근 만료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2007년 바이오 복제약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산도즈·암젠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레미케이드 복제약을 개발 중이지만 내년 이후에나 미국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게다가 셀트리온은 이미 상당한 우군을 확보한 상태다. 2011년 램시마 개발을 완료한 뒤 임상 시험과 학술대회 발표 등을 통해 의사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후발 주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램시마가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것으로 자신하는 이유이다.

셀트리온은 이 밖에도 올 상반기 유럽에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를 출시하고 미국에 판매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트룩시마의 원조 의약품인 '맙테라'는 연매출이 9조원에 이른다. 김형기 사장은 "셀트리온은 각 지역에서 가장 규모와 영향력이 큰 파트너들을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런 파트너십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13개 다품종으로 승부 거는 삼성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4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매출 239억원에 비하면 6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2월과 8월 유럽 시장에 각각 출시된 바이오 복제약 '베네팔리'와 '플릭사비'가 제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두 제품은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1170억원 이상을 판매했고 올해는 최대 두 배까지 매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당뇨병 치료제인 'SB9'도 지난달 유럽 판매 허가를 받고 올해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간다. 현재 5~6위권으로 추정되는 바이오 복제약 회사 매출 순위를 단숨에 2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성장세이다.

바이오 복제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최소 1년, 비용은 2000억~3000억원 정도가 들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꺼번에 13종의 바이오 복제약을 출시했거나 개발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올해 최대 5개의 바이오시밀러가 유럽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도 2개 정도가 허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욱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의약품 정책 당국이 저렴한 바이오 복제약에 호의적인 분위기"라면서 "화이자·머크 같은 대형 제약사들이 뛰어들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도 제품과 영업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