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르면 다음 달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완전히 해체한다. 미래전략실 주요 역할은 별도 조직을 신설하지 않고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3개 주요 계열사 기존 경영지원조직이 맡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장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후속 조치인 셈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다시 불거진 '삼성공화국'이라는 비판을 이참에 완전히 끊겠다는 것이 이 부회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확고한 생각"이라며 "미래전략실 산하 인사팀에서 최근 미래전략실 기능과 인력에 대한 선별 작업을 벌였고, 마무리 작업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자·금융·물산 3개 계열사 축으로 재편

미래전략실이 없어지는 대신,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3개 사가 전략·인사·기획 등 기존 기능을 확대·강화해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 바이오계열사 등을 이끌어가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래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지분투자회사들을 관리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일단 미래전략실을 곧바로 없애 그 기능을 주요 계열사로 내려보내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다음 단계로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해, 장기적으로는 이런 기능을 지주회사 산하에 자연스럽게 흡수되도록 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계열사별로 이사회 중심 경영활동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들끼리 업무가 중첩되거나 조율이 필요한 경우 삼성전자·생명·물산의 경영지원조직이 주도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서는 것이다.

삼성 소식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상설 경영지원조직이나 위원회를 만들 경우 그룹 조직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불 보듯 뻔하다"며 "실용성을 중시하는 이 부회장의 스타일을 볼 때도 별도의 조직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조직을 다소 확대해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래전략실은 소속 비(非)상설 TF(태스크포스팀)를 해체하는 등 조직 슬림화 작업을 진행했고, 인사팀에서는 인력 재배치를 준비해 왔다. 그룹의 필수인력 상당수는 삼성전자에 소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미래전략실을 완전히 해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한국식 경영에서는 삼성그룹과 같은 대규모 기업집단을 경영하기 위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삼성 특검' 직후에도 전략기획실 해체를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그룹 경영지원조직을 축소해 운영해왔다. 또 기획 등의 인력은 삼성경제연구소로 소속은 옮겼지만 그 역할은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을 완전히 없애고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GE와 같은 글로벌 경영스타일로 탈바꿈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식으로 바뀔 경우 정치적 외압에도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삼성공화국'이라는 비판도 비켜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공화국'은 삼성이 뛰어난 정보력과 로비력 등을 바탕으로 재계뿐 아니라 정관계까지도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로, 이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경영진이 가장 질색하는 비판 중 하나다. 특히 이 부회장은 "기업은 경영을 잘해서 이윤을 높여야 한다.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경영활동을 잘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라지는 삼성… 파격 경영혁신안 검토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미래전략실 팀장의 경우, 부사장도 사실상 사장급으로 대우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장급만 8명(최지성 부회장 제외)인 매머드 조직이다. 이런 조직이 공중분해 되면 사장단 인사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삼성은 특검 수사결과 발표 직후 대국민 사과와 미래전략실 해체 등 경영혁신방안을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이 만든 전국경제인연합회에 탈퇴신청서를 제출한 게 그 신호탄이다.

또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사외이사제도의 운용과 주주 친화정책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 출신 사외이사 1명 이상을 이사회에 추천하는 등 이사회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런 방안이 다른 계열사에도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공헌방안도 심사숙고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기획팀 등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와 관련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정말 삼성이 완전히 바뀌었구나'라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