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특정한 시장 현상에 '00경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다. 단지 00시장의 크기가 크다거나 그 시장의 성장율이 높다거나 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시장과 소비자의 현상과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우리도 이 이름들을 읽음으로써 현재 중국 시장의 추세를 알아볼 수 있겠기에,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먼저 현대 소비 사회의 핵심인 여성과 관련된 내용부터 살펴보자.
'타(她) 경제'는 여성 경제를 뜻한다. 매년 중국 교육부가 발표하는 새 단어 중에서 이미 2007년의 170개 새 단어 가운데 하나로 포함된 것이 '타경제'다. 참고로 중국어의 대명사는 여성이 타(她), 남성이 타(他), 사물이 타(它)로 발음이 모두 같아서 다소 헷갈리는데, 최근에는 남과 여를 구별하지 않고 통틀어 'TA'로 표기하는 새로운 경향이 있다.
많은 나라에서 여성이 가정 경제권을 갖는 현상들을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기애가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어서, 자신과 주변을 위한 소비의 주체로 대접받고 있다. 게다가 사회주의를 배경으로 한 국가에서는 양성평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도 중국 여성의 지위는 높다고 할 수 있다.
월광족(月光族)은 그 달의 수입을 인생의 즐거움을 위해 아낌없이 써버리는(光∙광에 '남김없다'는 의미가 있다) 족속이라는 의미인데, 여성 화이트칼라(白领∙백령)들이 많고 국내 소비 진작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반대로 인색한 여자들을 구문녀(抠门女)라고 하는데 절약이 몸에 배어 있고 돈이 있어도 쓰지 않으며 재테크도 안전한 국채만 사모으는 여자들이다. 구문이라는 말은 절 문간위의 금칠까지도 손가락으로 후벼내어 가져온다는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독신(单身∙단신) 여자 경제'는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자 결혼하지는 않겠다는 여자, 비교적 고등 교육을 받은 여자들이 자신을 위해 하는 소비를 말한다. 퇴근후 휘트니스, 요가, 마사지, 그리고 음악, 미술 레슨 등이 있다.
'얼굴값(颜值∙안치) 경제'는 용모를 위해 하는 소비다. 성형, 미용, 화장품, 셀카 관련 등의 서비스와 제품이 있다. 중국에서 사람이 예쁘면 '얼굴값이 높다'고 하고 상품의 디자인이 좋아도 '얼굴값이 높다'고 표현한다. 얼굴값이 높으면 평균 수입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2015년에는 같은 이름의 영화가 개봉됐는데, 함께 사는 두명의 여성 룸메이트 중에서 한명은 성형수술 등으로 좋은 신랑감 찾기에 골몰하고, 나머지 한명은 다른 삶을 살아 간다는 내용이다. 중국에서는 외모를 지수화해서 알려주는 앱이 등장했다. 회원이 수백만인 이 앱은 외모 점수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회원간 외모의 랭킹을 발표하고, 얼굴값이 높은 사람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미녀(美女) 경제'는 미녀를 매개로 소비를 유도함을 말한다. 미녀를 광고 모델로 쓰거나, 미인대회를 활용하는 것이 포함된다. '안구(眼球) 경제'는 대중의 주의, 집중, 시청, 열독, 클릭을 유도하여 소비에 이르게 함을 말한다. '미녀경제'도 결국 '안구경제'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다.
'아줌마(大妈∙따마) 경제'는 개혁 개방 이후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부동산, 금, 비트코인, 사치품 등을 사들이는 중국 아줌마의 소비를 말한다. 중국에서 30세~65세 여성은 대략 4억명 정도라 할 수 있는데 '가정 경제의 장악자'라고 부르며, 중국시장에서 '따마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말도 통용된다.
'엄마(妈妈∙마마) 경제'는 '어머니의 날' 관련 소비를 말한다. 중국도 5월 둘째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기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보석, 가전, 미용, 화장품이 포함된다.
'임산부(孕妇∙잉부) 경제'는 아기를 가진 여성들을 위한 소비다. '엄마와 영아(母婴∙모영) 경제'는 출산한 엄마와 갓난 젖먹이를 위한 소비다. '아기(宝宝∙보보) 경제'는 각 가정의 귀염둥이 어린 아이를 위한 소비다. '아동(儿童) 경제'는 어린이를 위한 소비다.
'실버(银发∙은발) 경제'는 노년층을 위한 소비다. 양로, 위생, 건강, 가사 돌봄(家政), 일상 생활용품, 금융, 이재, 보험, 부동산, 오락, 여행, 교육, 컨설팅 등이 있다. '반려동물(宠物∙총물) 경제'는 애완동물을 위한 소비다. 사육, 병원, 미용, 식품, 장례, 인터넷 등이 포함된다.
'휴일(假日∙가일) 경제', '명절 기념일(节日∙절일) 경제', '레저(休闲∙휴한) 경제'는 여행, 휴식을 위한 소비다. '오락(娱乐) 경제', '엔터테인먼트(文娱∙문오) 경제'는 레크리에이션과 즐거움을 위한 소비다. '달리기(跑步∙포보) 경제', '마라톤(马拉松∙마라송) 경제'는 달리기 관련 소비다. '야영(露营∙로영) 경제'는 캠핑 관련 소비다. '휘트니스(健身∙건신) 경제'는 헬스, 육체미 관련 소비다. '다이어트(减肥∙감비) 경제'는 살빼기 관련 소비다.
'오가닉(有机物∙유기물) 경제'는 중국에서도 의식주와 에너지 소비를 유기농, 유기물 위주로 하겠다는 것이다. '녹색(绿色) 경제', '생태(生态) 경제'는 자연, 건강, 에콜로지, 천연, 친환경을 감안한 소비를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시험(考试∙고시) 경제'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성장율이 높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공무원, 유학, 영어 시험과 각종 입시 등과 관련된 소비다. '사교육(培训∙배훈) 경제'는 조기 교육과 각종 사교육, 기업 연수 훈련과 온라인 교육 시장 관련 소비다.
'인터넷 인기인(网红∙왕훙) 경제'는 사이버 공간의 인기인을 활용한 마케팅으로 팔로어, 팬, 구독자의 구매력을 자극하는 소비를 말한다. '공유(共享∙공향) 경제'로 이미 중국에서도 차량, 숙박 공유 등의 소비가 활발하다. '소셜미디어 이용자(社群∙사군) 경제' 역시 이미 중국에서 시장 생태계의 거대한 변화를 몰고온 웨이신, 웨이보 등을 활용한 소비를 일컫는다.
'따분(无聊∙무료) 경제'라는 것도 있다. 사람이 무료해지기 때문에 1~2위안, 즉 한화 200~300원 정도의 즉흥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사람에게 시간이 많아진다든지, 스트레스가 심해서 무력감을 느낀다든지, 실연당한 후라든지 등의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비디오 게임, 사이버 아이템, 채팅 관련 소비도 포함되고, 무료 경제가 C2C 거래량을 늘린다는 분석도 있다.
'남성(他∙타) 경제'는 맨 위에서 살펴본 여성 경제와 대비하여 남성이 주도하는 소비를 말한다.
본디 경제는 물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고, 중국에서는 세상을 번영케 하고 민중을 안거(安居)하게 한다는 뜻의 경세제민(经世济民)을 줄인 말이다. 원래 계획경제, 국영경제, 시장경제, 거시(宏观∙굉관)경제, 지하(灰色∙회색)경제, 상품경제, 집체경제, 개체경제, 거품(泡沫∙포말)경제 등으로 쓰였는데, 이제 중국에서 새로운 시장 현상을 대변하는 표현으로 사람들에 의해 조어(造词)되고 있다는 점에서 참고해 볼 만하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현재 한국과 중국간 아웃바운드/인바운드 마케팅 및 컨설팅을 진행하는 한중마케팅(주) 대표이사다.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 GM, CJ 국내마케팅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IT 투자회사, 디자인회사 경영의 경력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마케팅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 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판매, 사업을 총괄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