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장기화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글로벌 선사들과 터미널 운영사들이 하역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4월 선사들의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개편에 앞서 부산 신항의 5개 터미널 운영사들이 하역료 눈치 게임에 들어갔다. 부산 신항에서 처리하는 물량은 부산항 컨테이너 연간 물량의 70%를 차지한다.

부산항 신항 부두

통상 선사와 터미널 운영사는 연초에 연간 단위의 물량 계약을 체결한다. 특히 올해는 해운 경기 불황 장기화와 해운 동맹 체제 개편이 맞물리면서 하역료를 둘러싼 선사와 터미널 운영사간 뿐 아니라 터미널 운영사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선사들의 해운 동맹은 기존 4개 체제(2M, G6, O3, CKHYE)에서 3개 체제(2M+HMM, 오션, 디얼라이언스)로 탈바꿈한다. 선사들과 터미널 운영사들은 새로운 얼라이언스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4월 1일 이전에 하역료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줄다리기하고 있다.

부산신항에서 규모가 가장 큰 2터미널 운영사 부산신항만주식회사(PNC)는 세계 1, 2위 선사이자 기존 고객인 머스크·MSC(2M)와 올해 연간 물량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했다. '디얼라이언스'가 '2M'보다 높은 하역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디얼라이언스는 하팍로이드 등 독일 선사와 NYK, MOL, K라인 등 일본 선사들이 주축으로 만든 동맹체다.

머스크, MSC는 2터미널보다 낮은 하역료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3터미널로 물량을 옮기기로 했다.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처리하려면 규모가 큰 2터미널을 계속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하역료 때문에 터미널을 바꾼 것이다. 머스크, MSC는 3터미널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터미널과도 협력 관계를 맺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을 놓고 선사들과 터미널 운영사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선사들은 머스크, MSC와 PNC가 계약을 종료한 것을 두고 항만 주도권이 선사에서 터미널 운영사로 넘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고 한다. 기존에는 선사들이 항만 주도권을 쥐고 하역비를 결정했는데, 일부 터미널 운영사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2터미널 운영사의 최대주주인 두바이포트월드(DPW)는 지난해 12월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입지를 강화한 바 있다.

반면 터미널 운영사들은 해운 동맹들이 물량을 앞세워 하역료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2터미널 운영사 PNC가 물량이 보장된 머스크, MSC와 계약하지 않은 이유도 하역료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승부수라는 것이다.

머스크, MSC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고 '2M+HMM'으로 함께 활동할 현대상선은 4터미널을 이용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2월 4터미널 운영사 현대부산신항만(HPNT) 지분 '40%+1'을 싱가포르 항만공사(PSA)에 매각하면서 연간 7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물량을 보장하기로 했다.

프랑스 선사인 CMA‧CGM과 중국계 선사 COSCO(중국), 에버그린(대만), OOCL(홍콩)이 손잡은 '오션'은 5터미널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CMA‧CGM의 자회사 터미널링크가 5터미널 운영사 부산신항컨테이너터미널(BNCT)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