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부동산 투자 대열에 나섰던 중국 투자자들이 한·중 관계 악화로 발길을 돌리면서 신규 분양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분양 중인 사업이 잠정 중단된 데다, 분양 계획을 잡았다가 연기하는 현장도 나타났다.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에 따르면 신화역사공원 시행사인 중국계 부동산개발회사 람정제주개발은 1차로 진행 중이었던 R지구 콘도 분양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미분양 물량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콘도로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R지구 콘도는 1채당 8억원부터 최고 180억원까지 분양가가 책정됐는데, 이 회사는 원래 콘도 전체를 분양할 예정이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제주 신화역사공원 전경 항공사진.

총 721실로 계획된 R지구 콘도는 지난해 4월 분양허가가 난 430여가구를 대상으로 분양을 시작했는데, 작년 12월 기준 전체의 30% 수준인 200여가구만 분양됐다. 이중 상당수는 중국인이 사갔다. 람정제주개발은 작년 12월부터 분양 계약자를 대상으로 계약 해지 신청을 받고 있어, 계약해지분을 고려하면 분양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람정제주개발은 2차로 H지구에 콘도 730가구을 분양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 람정제주개발 관계자는 “콘도 730가구를 고급빌라 181가구로 설계를 변경하는 인허가를 진행 중”이라면서 “상황을 봐서 분양을 할지 직접 운영할지 차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최근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 데다, 제주도가 외국인 투자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투자 분위기가 위축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가 법무부에 건의해 지난해 11월부터 외국인이 5억원 이상을 투자하면 국내에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주는 부동산 투자이민제 적용 지역이 ‘관광단지’와 ‘관광지’로 축소됐고, 농지이용실태 특별조사 등 제주도 차원의 투기 억제책도 시행되고 있다.

실제 제주도에서 중국인이 보유한 토지는 지난해 상반기 현재 853만㎡로, 2015년 말(895만㎡)보다 4.7% 줄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처음 감소한 것이다.

제주도 투자이민제 실적도 급감하고 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작년 부동산 투자이민제 투자 금액은 1493억원(220건)으로, 제도가 시행된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3년(4531억원·667건)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다. 투자이민제 혜택을 받은 이들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제주도에 중국인들의 투자가 워낙 많이 이뤄지다 보니, 제주도나 중국 당국 모두 규제를 강화하게 됐고, 최근 한·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투자 여건도 악화했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간 제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투자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제주도 땅값이 짧은 시간에 급등한 데다, 헬스케어타운 등 제주도에서 1차적으로 진행된 사업도 마무리 단계라, 갈수록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