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례없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거물들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IT 거물들이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며 화해 무드를 모색한 지 불과 한달 만에 트럼프 반대 노선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페이스북·인텔 등 주요 IT 기업 경영진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거세게 반발하며 공식 반대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은 난민 구호기금을 조성하거나 법적 대응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의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아마존·인텔 등 주요 IT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이민자 출신인 경우가 많아 트럼프의 노골적인 반이민 정책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벌어진 행정명령 반대시위에 직접 참가했다. 러시아 유태인 출신인 브린은 반대 시위에서 "나도 이민자다. 그것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인도 출신인 선다 피차이 구글 CEO는 "이번 행정명령이 구글의 임직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큰 우려를 표한다"며 "뛰어난 인재들이 미국으로 들어오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구글은 400만달러(약 46억6800만원) 규모의 난민 긴급 구호기금을 조성해 구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 기금의 절반 이상은 구글이 자체적으로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인텔 창립자 중 한명인 앤디 그로브도 이민자이고 나도 이민자 3세"라며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증조 할머니들은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에서 왔고, 아내 프리실라 챈 부모님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온 난민들"이라면서 "이 나라를 안전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실제 위협자에 초점을 맞춰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마존은 법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마존은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준비 중인 소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퍼거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연방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아마존은 또 자사 정책팀을 통해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트럼프 행정부에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숙박 공유 서비스 기업 에어비앤비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에어비앤비는 '미국에서 거부당한 난민들'을 위해 무료 주택을 제공할 것"이라며 "급히 집이 필요한 사람은 나에게 연락하라"고 말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미국에 온 60만여명의 이민자들의 꿈이 위협받고있다"며 "모두 연대해 자유와 기회의 미국을 지켜내야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편,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단 회의에 참석한 것이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우버 사용자들은 '우버 애플리케이션 삭제하기'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이에 대해 칼라닉 CEO는 "이번 행정명령이 우버 택시운전사 수천명에게 해를 입힐 수 있어서 다음달 3일 열릴 차기 경제자문단 회의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이에 대한 우려를 전할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자문단 중 한명이라는 이유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칼라닉 CEO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옳은 것을 위해 일어서기(Standing up for what's right)"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올려 트럼프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