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업포털을 통해 모 기업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문 모씨(28)는 '채용 스팸'에 시달리고 있다. 취업을 위해 포털에 등록해 놓았던 이력서가 문제였다. 입사한 지 석달이 지났음에도 하루에도 몇번씩 "영업직으로 일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문씨는 "회사에 적응하기에도 벅찬 와중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듯했다"고 말했다.

문씨는 취업포털에 들어가 등록한 이력서를 삭제하려 했지만 이력서를 비공개로 전환하는 항목을 찾기 힘들었다. 문씨는 "채용 후에도 검색에 이력서가 노출돼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까 걱정됐다"고 말했다.

취업포털들이 등록된 이력서 수를 과장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업체들은 이력서 등록 수를 늘리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검색에 오래 노출하거나, 심지어 구직자가 이력서를 비공개로 설정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력서 등록 서비스는 구직자와 구인자를 연결해 주는 것으로 이들이 취업포털을 찾는 주된 이유다. 그러나 취업포털의 '이력서 등록수 부풀리기' 때문에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는 계속되는 구인 문의에 피로감을 느끼고, 구인자는 인력을 구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잡코리아의 이력서 관리 페이지. 이력서를 숨기기 위해선 왼쪽 아래 '인재정보 등록설정' 항목을 찾아 들어가야 한다.

취업포털 입장에선 등록된 이력서 수는 매출로 직결된다. 이력서 수가 광고 단가를 결정하는 주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취업포털의 주요 수익원은 채용 공고를 게재하고 받는 광고비다.

잡코리아, 사람인, 인크루트 등 취업포털 3사에 등록된 이력서 수는 공식적으로 각각 80만개, 85만개, 75만개 선이다. 또 3사는 각각 두달, 여섯달, 무기한 등록된 이력서를 노출한다고 밝혔다.

이력서 건수를 부풀려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5년 "잡코리아가 '월간 최신 이력서 보유량 1위(61만5131건)' 등의 문구로 광고를 했으나, 실제 열람 가능했던 이력서는 28만건 수준이었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5월 올린 공지문. '점프업'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제목이지만 실제로는 해당 서비스를 기본 적용으로 바꾼다는 내용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도 각 업체가 노출 기간이 지난 옛 이력서로 건수를 부풀린다는 이야기가 업계 내에서 공공연하다"고 말한다. 잡코리아는 지난해 6월 이력서 수정일을 자동으로 업데이트해 검색목록 상단에 노출해주는 '점프업' 서비스를 선택 사항에서 기본 적용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구직자가 수정하지 않은 이력서가 저절로 업데이트돼 최신 이력서처럼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력서 비공개 설정을 찾기 어렵게 만들어 둔 취업포털들의 행태도 문제다. 취업포털에 이력서를 올려봤다. 등록 후 공개·비공개를 클릭 한 번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은 사람인뿐이었다. 잡코리아는 이력서 작성 후 검색에 노출하기를 원하는지 물었지만, 비공개로 전환하기 위해선 별도의 항목을 찾아야 했다. 인크루트는 이력서 작성과 동시에 검색에 노출됐다. 비공개로 바꾸기 위해선 회원정보관리의 '정보공개설정'에서 추가 설정이 필요했다.

인크루트의 이력서 관리 항목. 이력서를 숨기기 위해선 오른쪽 위의 '개인회원' 란에 들어가 '정보공개설정' 항목을 클릭한 후, 별도의 설정을 거쳐야 한다.

취업포털들은 구인자가 이력서를 확인할 때마다 과금을 한다. 이력서를 등록한 지 오래된 구직자는 이미 취업했거나, 매력적이지 않은 구직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기업 인사담당자가 이력서를 확인하면 포털 입장에선 수익이 생긴다.

취업포털의 주 고객사는 자체 채용 체계가 미흡하거나 기업 지명도가 낮은 중소기업, 스타트업이다. 한 스타트업 채용 담당자는 "취업포털에서 이력서를 찾아 연락해도 이미 취업한 이가 태반"이라며 "채용 방법이 마땅치 않아 필요 이상으로 과금하며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취업포털 관계자는 "구직자를 위해선 이력서 노출 기간을 최대한 짧게 하고 부풀리기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마케팅, 수익 측면에선 이력서 수를 강조할 수밖에 없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직자 편의가 최선인 만큼 현재의 '치킨게임'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강구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