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
-청약경쟁률, 집값 상승률 모두 낮아

인천 영종도가 다시 미분양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분양시장 열기를 타고 살아나는 듯했던 영종도 일대가 완공 후 4년이 지났어도 세 집 걸러 한 집꼴로 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가 있을 정도로 침체를 겪고 있다. 신규 분양도 열기가 예전만 못하고, 집값 움직임도 시원찮다.

한산한 인천시 중구 중산동 도로.

인천시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 중구 미분양은 작년 말 현재 2107가구로 적지 않다. 그나마 이것도 나아진 상황. 전달 미분양은 2467가구였다. 인천시 연수구와 중구는 지난해 9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처음 지정한 미분양 관리지역에 포함돼 아직 남아있다.

인천시 중구는 크게 섬인 영종도와 육지인 연안동으로 나뉘는데, 연안동에는 미분양 물량이 없다. 모두 영종도에 몰린 셈이다. 영종도 안에서도 중산동과 운남동에 집중돼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악성 미분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총 440가구다. 하늘도시 우미린2단지(1287가구)와 영종 힐스테이트(1628가구), 영종 동보노빌리티(585가구)는 모두 2012년 입주한 단지들인데 아직도 미분양 가구가 있다.

준공 후 미분양 가구가 있는 인천시 중구 하늘도시 우미린 2단지 전경.

인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하늘도시 우미린2단지에서만 300여가구가 ‘주인 없는’ 집이다.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청약자들이 대거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인데, 그 후로 여태 입주자를 다 채우지 못했다. 하늘도시 우미린2단지는 1월 31일 할인분양을 시작했다.

영종 힐스테이트 단지 안에도 아파트 할인분양을 알리는 광고가 붙어 있다. 시공사 부도로 대거 미분양이 생긴 영종 동보노빌리티에는 미분양 가구의 소유권이 신탁사에 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단지 곳곳에 걸렸다.

2012년 11월 입주한 인천시 중구 영종힐스테이트(왼쪽 사진). 단지 상가 중개업소에 특별 분양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집값 상승도 더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시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 상승률은 3.01%였는데, 인천시 중구는 그 절반 수준인 1.66%에 그쳤다.

청약 경쟁률을 봐도 영종도의 추락을 실감할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 중구에 공급된 물량은 총 4392가구였는데 1순위 평균 경쟁률은 0.33대 1에 불과했다. 1순위 청약에서 3가구 중 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말이다.

인천시 중구 동보노빌리티 아파트 곳곳에 있는 현수막.

쏟아지는 신규 공급도 ‘배탈’난 영종도 부동산 시장에 부담거리다. 당장 올해에만 중구에 269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현재 미분양까지 합치면 5000가구 가까이 소화해야 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개발 계획이 있다 하더라도 원래 일정대로 추진되기 힘든데, 영종도의 경우도 그렇다”며 “각종 계획이 지지부진하고 연기되면서 주택 수요가 (아파트)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론되는 호재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실제 계획대로 이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