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코임브라대학 광장의 상징물인 시계탑. 종을 쳐서 학생들에게 시간을 알려준다. 꼭대기에 오르면 코임브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세계의 인재들이 포르투갈로 모여든다. 포르투갈 정부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에 나서면서 창업을 꿈꾸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이 포르투갈에서 성공을 맛봤다. 유서 깊은 종교 도시 '브라가(Braga)', 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대학도시 '코임브라(Coimbra)' 등이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창업 도시'다.

◇투자 유치, 현지 전문가 소개 등 물심양면 지원

브라가는 포르투갈 북동쪽에 있는 도시다. 오래된 예배당과 교회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모으던 이곳이 최근 창업가들로 북적이고 있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기술창업지원센터 '스타트업 브라가(Startup Braga)'가 그 중심에 있다.

센터는 초기 스타트업이 수월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 등 기업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을 위해 직접 투자자를 유치하는 일도 한다.

사업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도 제공한다.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들을 위해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갖춘 기존 창업자를 소개해 준다. 포르투갈에 대해 잘 모르는 외국인 창업가들에게는 현지 전문가 멘토를 붙여주기도 한다.

스타트업 브라가는 특히 '의료기술'과 '나노기술'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피크메드(PeekMed)'와 '파인스터(Findster)'를 꼽을 수 있다. 피크메드는 3차원 분석을 통해 정형외과 수술에 의한 영향을 예측하는 '3D 정형외과 수술계획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파인스터는 어린이나 반려동물이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초소형 GPS 장치를 이용해 이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모니터링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다.

코임브라대학의 ‘바이오캔트’는 생명과학 분야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곳이다. 바이오캔드의 지원을 받은 대표적인 스타트업에 ‘쿨팜’이 있다. 이 회사는 온실의 습도·온도·조도 등을 원격으로 확인하고 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혁신적인 성과를 냈다.

◇포르투갈 내 스타트업들, 혁신적인 성과 이뤄

포르투갈의 또 다른 도시 '코임브라'도 창업가들이 선호하는 도시다. 포르투갈 최고 명문대인 코임브라대학(University of Coimbra)이 자리한 이 도시는 주민 대부분이 대학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코임브라대학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브라가에 '스타트업 브라가'가 있었다면, 코임브라에는 '바이오캔트(Biocant)'가 있다. 바이오캔트는 코임브라대학의 생명과학 혁신센터로, 주로 생명과학 분야에서 잠재력을 보이는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스타트업의 프로젝트에 필요한 연구 장비와 연구소를 제공하며, 생물정보학·생물세포학·유전체학·미생물학 등 다양한 연구 자료도 공유한다.

또한 바이오캔트는 생명과학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바이오캔트 벤처스(Biocant Ventures)' 프로그램을 운영, 바이오 분야의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테스트를 통과한 스타트업에 종자돈을 마련해준다.

바이오캔트의 지원을 받아 성공한 스타트업으로는 '쿨팜(CoolFarm)'과 '하트제네틱스(HeartGenetics)'가 있다. 코임브라 지역을 근거지로 삼은 이 스타트업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혁명에 가까운 성과를 내고 있다. 쿨팜은 온실이나 수경재배실 내부의 공기·수분·빛 등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농부들이 클라우드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온실의 환경을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고혈압과 심혈관계 질환의 선구 기업으로 통하는 하트제네틱스는 심혈관 질환 관련 데이터와 의료 지침 등을 효율적으로 정확하게 통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파인스터(왼쪽)’와 ‘피크메드(오른쪽)’는 스타트업 브라가의 지원을 받아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파인스터는 소형 GPS를 이용해 반려동물이나 어린이, 노약자의 위치를 쉽고 빠르게 확인하는 제품을 만든다. 피크메드는 3차원 시뮬레이션을 통해 정형외과 수술 후의 경과를 미리 예측하는 ‘3D 수술계획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다.

◇AICEP 서울사무소, 포르투갈 창업 정보 제공

포르투갈 땅에서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대개 '스케일업(Scale-up)'과 '엑시트(Exit)' 전략을 취한다. 스케일업은 말 그대로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포르투갈 내에서의 성공을 기반 삼아 주변 국가로 영역을 넓혀 나가는 방식이다. 엑시트는 창업자가 스타트업을 일정 수준으로 성장시킨 다음 대기업에 파는 것을 의미한다.

'유니플레이스(Uniplaces)'와 '토크데스크(Talkdesk)'는 스케일업을 이뤄낸 스타트업이다. 유니플레이스는 지난 2011년 설립된 회사로 유럽에 2만여 개의 부동산을 확보, 학생들을 위한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온라인 시장을 만들었다. 이 플랫폼을 통해 세계 165개국의 학생들이 단 세 번의 클릭만으로 유럽 40여 개 도시에서 주택을 임차할 수 있게 됐다. 유니플레이스는 2015년 스카이프(Skype) 창립자로부터 2200만달러의 자금을 투자받기도 했다.

2012년 포르투갈 출신 창업가들이 설립한 토크데스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진출했다. 인터넷 기반 콜센터를 만드는 이 기업은 현재 포르투갈과 미국에 25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토크데스크의 기업 가치는 약 5억유로(6279억원)로 평가받는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치를 창출한 기업의 하나로 세계적인 경제전문지인 포브스(Forbes)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포르투갈 브라가의 기술창업지원센터 ‘스타트업 브라가’에서 개최하는 ‘데모 데이’ 현장.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연구원, 투자자, 서비스 이용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기업의 프로젝트와 성과 등을 살핀다. 투자 유치도 이뤄진다.

유망한 포르투갈 스타트업이 글로벌 거대 기업에 인수되는 일도 벌어진다. '잘 키운 스타트업'을 대기업에 넘긴 대표적인 엑시트 사례로 '디지스페라(Digisfera)'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창업한 디지스페라는 360도 파노라마 사진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2015년 구글(Google)에 인수됐다. 이 밖에 세계적인 여행전문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는 베스트 테이블스(Best Tables)를, 영국 도박전문 사이트 벳페어(Betfair)는 블립포르투갈(Blip.pt)을 각각 인수했다.

포르투갈무역투자진흥공사(AICEP) 서울사무소는 국내 스타트업의 포르투갈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 지난 2015년 10월 개소한 AICEP는 한국과 포르투갈 양국의 무역 증진과 교류 확대를 위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포르투갈에 관한 정보 제공은 물론 창업 상담도 가능하다.

문의 (02)766-7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