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일 장 막판 낙폭을 키우며 2060대로 후퇴했다. 한국시간으로 이날 저녁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을 앞두고 주식시장에는 관망세가 두드러졌다가 장막판 외국인 순매도세가 몰리면서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면서 하락했다.

20일 코스피지수.

2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7.18포인트(0.35%) 내린 2065.61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4.07포인트(0.65%) 하락해 622.12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은 각각 50억원, 407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482억원을 순매도했다. 장 초반 순매도에 나선 외국인은 장 중 순매수로 태도를 잠시 바꿨다가 다시 순매도하며 장을 마감했다.

업종별로 보면 전날 상승했던 철강금속 업종은 전날 미국 증시에서 US스틸(-4.92%)과 AK스틸(-5.46%) 등 철강주가 약세를 보인 데다, 일부 기관 차익 실현 매물까지 겹치면서 하락했고, 화학 업종 역시 기관(366억원)과 외국인(213억원) 순매도가 집중되며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장은 투자자들이 전체적으로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렇다할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주도주들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제약과 음식료 등 소외됐던 업종을 중심으로 순환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어떤 공약 현실화할까' 귀추 주목…G2 대립각 세울 가능성 커

트럼프 취임 이후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프라 투자 확대와 보호무역주의 등 그간 트럼프가 내세운 정책들은 시장에서 기대감과 우려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는데 해당 정책이 취임 이후에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뒤 처음 100일 동안을 '허니문(밀월 기간)'이라 부르며 언론과 의회가 새 정부를 너그럽게 봐주는 관례가 있는데, 이 기간에는 많은 법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통과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공약의 현실화 기간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트럼프 공약 중 행정명령으로 곧장 시행할 수 있는 ▲이민자 규제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 악용 사례 조사 및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및 양자간 무역협정으로의 대체 ▲친환경 규제안 및 금융규제 철폐 ▲자국 내 공장의 해외 이전을 막는 '국경세' 부과 ▲사이버 공격에 대한 포괄적 방위계획 수립 ▲공직자 퇴임 후 5년간 로비스트 활동 금지 등을 허니문 기간에 현실화할 수 있는 공약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로이터통신도 트럼프가 행정명령 1호로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기후변화 정책, 헬스케어, 이민, 에너지 등 다양한 주제로 200건 이상의 안건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만한 이슈로는 한국과 중국, 대만 등의 환율 조작국 지정과 보호무역주의 관련 공약의 법제화 등이 꼽혔다. 다만, 이들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미국과 중국 등 G2간 대립구도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당선 이후 계속해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도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를 겨냥한 발언을 이어가는 등 신경전이 날카롭다"며 "취임 이후 공약이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G2 관계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된다 해도 실효성 있는 제제 방안은 미미할 것"이라며 "오히려 G2간 극단적 대립 구도를 야기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 트럼프 변수 vs 지난해 4분기 실적 기대감

다음주부터는 NAVER(035420)삼성SDI(006400), 삼성전기(009150)LG디스플레이(034220)등이 잠정실적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2016년 4분기 어닝 시즌이 시작된다. 제품 가격 상승과 빡빡한 수급 등 반도체 업황이 좋은 IT 업종을 중심으로 시크리컬(조선·정유·철강·화학) 업종 등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트럼프 변수는 자칫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취임하더라도 시장을 뒤흔들만한 내용에 대한 발언이 나오기 힘들고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주가 상승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들 실적이 나쁘지 않고 트럼프가 취임식 때 대단한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기 때문에 오히려 그간 트럼프의 트위터 등으로 출렁였던 투자심리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흐름속에 국내 증시도 안정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향후 기조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생겨나긴 할 것"이라며 "다만, 어닝시즌 상황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쪽 보다는 긍정적인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에는 트럼프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상황인데, 트럼프 변수는 공약이 구체화할 때마다 인식하면 된다"며 "미국 경제 지표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국내 기업의 4분기 실적도 역대 최고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실적 바탕의 강세장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승폭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 센터장은 "현재 시가총액도 사상 최대 수준이고 과거 경험을 비춰봤을 때 미국 대통령 취임 전에는 기대감에 주가가 올라갔다가 취임 이후에는 빠지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며 "주가가 상승하려면 외국인이 많이 사줘야 하는데, 외국인이 살만큼 샀다고 보고 있는 데다 투자자들이 지수 자체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어 어닝시즌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다"면서도 "기업들의 높은 실적으로 인한 상승 랠리는 이미 삼성전자(005930)가 잠정 실적을 발표한 이후 진행된 바 있기 때문에, 실적이 시장 전체를 움직일 만한 동력이 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