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20일 “노조가 회사의 임단협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인력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야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임·단협이 작년 5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 사장이 노조에게 사실상 최후 통첩을 한 것이다.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

강 사장은 임직원들에 보낸 회사 소식지에서 “전날 자금줄을 쥐고 있는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장이 계동사옥을 방문해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하라는 엄중한 경고이자 통보를 하고 갔다”며 “회사는 이런 어려움에도 여러분의 고용을 보장하겠지만, 여러분의 고통분담도 요청드린다. 여러분이 회사의 제시안을 받아들이면 채권단을 어떻게든 설득해 우리 모두의 일터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올해 매출 계획은 15조원으로 10년 전인 2007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호황기 때 1억6000만달러이던 원유운반선(VLCC)의 가격도 최근 7900만달러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며 "설상가상으로 일감이 대폭 줄어들면 올해만 최소 3~4개의 도크 가동을 중단해야 하며 이 경우 인력이 6000명이 남게 된다"고 말했다.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인력조정 요구를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강 사장은 “설 전 협상 타결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최종적으로 제시했다”며 “제 뜻은 분명하고 단호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도 했다.

회사는 지난 19일 열린 73차 임단협에서 올 말까지 조합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직원이 올해 기본급의 20%를 반납하는 내용을 노조에 제시했다. 임금 부문은 12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고용 보장이 한시적이고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줄어든 임근에 대한 보상도 부족하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노조는 회사를 6개로 분리하는 방안도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사업분할과 관련해서도 “고용과 근로조건이 100% 승계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며 “사업분할에 대한 불신을 거둬달라”고 했다.

강 사장은 “배 한 척 수주가 시급한 지금, 노사문제를 설 이전에 마무리 짓고, 힘을 모아 위기극복 노력에 나서야 한다”며 “만일 노동조합이 거부한다면, 임‧단협은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많은 시간을 협의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