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와 계약직 강사 일을 겸하는 대학생 김모(25·남)씨는 ‘혼족’이다. 혼밥(혼자 밥먹기)과 혼술(혼자 술 먹기)은 기본이고, 앱을 이용해 항공권이나 호텔 숙박권이 싸게 나오면 주저하지 않고 구매한다. 지난해 말 혼자 9박 10일간 캐나다로 훌쩍 떠나기도 했다. 혼자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우도 많다.

‘돈은 잘 먹고, 놀고, 쉬기 위해 버는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김씨는 이번 설 연휴엔 조금 색다른 경험을 해볼 생각이다. 고급 호텔에서 혼자만의 연휴를 즐기기로 했다. 마치 ‘나홀로 집에 2’의 주인공 케빈처럼 말이다. 지방에 사는 가족들과 여자친구에게는 “연휴 동안 나를 찾지 말라”고 귀띔해 놓은 상태다.

◆ 호텔, 혼족들을 위한 여가·휴식 패키지 선봬

짧은 주말이나 명절, 여행을 가기에는 돈도, 시간도, 체력도 애매한 혼족들이 호텔로 몰리고 있다. 새 시트에서 뒹굴며 고급스러운 호텔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사우나 등 부대시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호텔들도 혼족 고객 잡기에 나섰다.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에서 마련한 혼족 고객을 위한 ‘윈터레스팅(WinteResting)’ 패키지.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강남점은 2월까지 '윈터레스팅(WinteResting)' 패키지를 제공한다. 9만9000원부터 시작하는 이 패키지는 슈페리어 객실 1박 조식 뷔페 1인 무선 인터넷과 운동시설 무료 이용 오후 2시 체크아웃 연장으로 구성됐다. 금·토·일 및 공휴일과 공휴일 전날 이용할 수 있다.

롯데시티호텔 마포점, 김포공항점, 구로점을 비롯한 5개의 지점에서는 스탠다드룸 1박과 조식, 나홀로 박스로 구성된 ‘얼로너스 인 시티(Aloners in City)’ 패키지를 마련했다. 나홀로 박스에는 롯데백화점 상품권 1만원권과 문화상품권 1만원권, 엔제리너스 아메리카노 교환권 1매 등이 들어 있다. 가격대는 지점별, 월별, 요일별로 13만원부터 16만5000원까지 다양하다.

롯데시티호텔 관계자는 “지점별로 한달에 20~30명 정도의 혼족 고객이 머문다”며 “마포점의 판매율은 50~60%를 넘는다”고 설명했다. 롯데시티호텔은 분기별, 지점별로 패키지 연장기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상암동에 위치한 스탠포드호텔 역시 2월까지 총 4종의 패키지를 선보인다. '오 마이 2017' 패키지는 더블이나 트윈 객실 1박 호텔 바 생과일 주스 2잔 혹은 생맥주 조식뷔페 1인 수영장·사우나·운동시설 1인 무료 이용으로 구성했다. 가격대는 9만원에서 11만원선이다.

스탠포드호텔 더블 객실 내부.

스탠포드호텔 관계자는 “주말에 호텔을 찾는 혼족 고객들이 많다”며 “상품 구성을 더 보완해서 패키지를 연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소셜커머스 ‘티몬’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 기간(27일~29일)의 국내 호텔 예약 건수는 평소보다 2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혼족 모셔라”…당일 객실 할인 서비스 전문 앱 인기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여유를 즐기고 싶은 혼족들은 호텔 타임커머스 앱을 이용한다. 호텔 타임커머스 앱은 예약되지 않은 객실을 당일 특가로 파는 앱이다. 항공사 ‘땡처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호텔타임’과 ‘여기어때’를 운영하는 위드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호텔 타임커머스 앱 시장은 2013년 이후 거래액 기준 1000억원 대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호텔 타임커머스 앱 빅3는 데일리호텔, 호텔타임, 세일투나잇 순이다. 이들 업체의 앱 가입자 수는 60만명에 이른다.

세일투나잇 관계자는 “최근 혼자 투숙하는 고객이 많아져서 도시락이나 요리 재료를 숙소로 직접 배달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혼족의 위력은 오픈마켓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11월 모바일 플랫폼에 기반을 둔 당일 호텔 예약 서비스 업체 ‘호텔나우’, ‘야놀자’ 등과 함께 오픈마켓 최초로 당일 할인 호텔 예약서비스를 시작했다.

11번가 관계자는 “3년전만 해도 호텔 예약은 2주나 한달 전 예약하는 패턴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았는데, 최근 3일 전이나 당일 예약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실제로 당일 호텔 예약 서비스를 추가한지 3개월이 채 안됐는데 거래액이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