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제조업체 A사는 3년 전 원사업자로부터 금형 제조위탁을 받고 납품해왔다.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고, 단가는 금형제작 마무리 단계에 원사업자로부터 통보받았다. 공정상 20.9%의 단가를 올려야해 견적서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사는 2년동안 3억4000만원을 받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폐업했다.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납품해오던 주물제조업체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18일 발표한 중소제조업체 47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6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42.7%는 납품단가 수준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지난 1년간 '제조원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52%에 이르는 반면, 납품단가가 올랐다고 응답한 업체는 13%에 불과해, 제조원가가 오른 업체 4곳 중 3곳은 원가 인상분을 자체 부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청을 받아 주물을 생산하는 중소업체가 꼽은 원청업체와의 불공정행위로는 '부당 단가 결정'(17.1%)가 가장 많았다. 이어 '대금 미지급'(14.7%), '선급금 미지급'(10.7%), '대금조정 거부'(7.4%) 등이 꼽혔다.
제조 원가 상승 요인으로는 '노무비 인상'(49.9%)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재료비 인상'(46.7%), '경비 인상'(39.2%) 순이었다.
하도급 4대 불공정행위 중 하나인 기술탈취와 관련해선 기계·설비 업종이 12%로 다른 업종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는 원사업자로부터 제품개발을 요청받고 제품을 납품했다. 원사업자는 이 부품에 추가 공정을 진행해 고객사에 납품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는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일부 품목에 대해 발주를 취소하거나 물량을 축소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원사업자가 직접 그 부품을 만들어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었다.
불공정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피해구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46%가 피해구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구제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하도급법상 손해배상절차 도입'(40%),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27%), '손해배상 소송 시 법률지원 강화'(16%)를 꼽았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하도급대금에 대한 현금결제 비중이 증가하면서 결제조건이 점차 개선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납품단가와 관련한 불공정행위는 중소하도급업체에게 여전히 가장 큰 애로요인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의 노무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으므로 납품단가를 적정하게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