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6일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재계에서는 "삼성이 비상 경영 체제 전환마저 쉽지 않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부회장이 앞으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구속될 경우 그를 대신해 그룹 경영을 꾸려갈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도 불구속 기소가 확실시된다. 그러면 삼성은 그룹의 1·2·3인자가 모두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면 주요 계열사별로 이사회와 전문 경영인 중심의 '각사 책임 경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또 현재 교류회 성격이 강한 그룹 주요 사장단 회의를 현안을 실질적으로 토의하는 '사장단 협의회'로 바꿀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삼성은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전략기획실(지금의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사장단 협의회 중심 경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정상적 경영은 당분간 힘들 것이란 분석이 많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휴대전화·가전 등 각 부문 사장이 있긴 하지만 회사 전체를 대표하는 CEO(최고경영자) 이재용 부회장의 원톱 체제나 다름없었다"면서 "앞으로 삼성전자 전체 차원에서 사업 내용을 수립하고 조정하는 일을 누가 어떻게 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구조조정 등 심각한 현안을 떠안고 있는 전자 계열사 이외의 회사들이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엔지니어링 등 구조조정 이슈가 있는 계열사들을 당분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아갈지가 걱정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더욱이 이 부회장은 직접 글로벌 CEO들과 만나 비즈니스를 담판하는 실무형 오너여서 빈자리는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최대 고객 회사이자 경쟁 상대인 애플과 소송까지 벌이면서도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가는 배경에는 이 부회장과 팀 쿡 애플 CEO의 개인적 만남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이런 인적 네트워크가 붕괴하는 셈이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뉴욕으로 팀 쿡,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의 래리 페이지 등 세계적 IT 기업 수장들을 불러 '테크 정상회담'을 할 때 이 부회장도 함께 초청받았지만 특검의 출국 금지 조치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