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삼성전자가 오너리스크에 발목잡혔다. 삼성 그룹주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검 이슈는 단기적 충격에 머무를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 오너리스크를 충분히 극복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200만원 꿈 멀어진 삼성전자…그룹주도 약세 피하지 못해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중 22% 이상을 차지하며 시총 1위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자(005930)는 지난 12일 194만원을 기록하며 200만원을 목전에 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는 전거래일 대비 2.14%(4만원) 떨어진 183만3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거래일 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힘이 많이 빠진 모양세다.
지난주 삼성전자가 신고가를 새로 쓴 날만 해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200만원을 곧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200만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낙관을 이끄는 데 이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서 이 부회장의 특검 조사에 대해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전거래일인 지난 13일 외국인 투자가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전날보다 3.45%(6만7000원) 하락한 187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어진 이날 거래에서 삼성전자는 장 초반 보합권에 머물다가 오후 1시30분쯤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락했다. 오후 2시쯤에는 전날보다 3.04%(5만7000원) 떨어진 181만6000원까지 밀렸다. 이후 하락폭이 2%대로 축소됐다.
삼성 그룹의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떨어지자 삼성 그룹주도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삼성SDI(006400)는 전거래일 대비 3.4%(4000원) 떨어졌고 삼성엔지니어링은 3.43% 하락했다. 삼성물산(028260)과 삼성중공업(010140), 삼성증권(016360)도 1% 가까이 주가가 빠졌고, 삼성에스디에스(018260), 삼성전기(009150)도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 "삼성전자 하락에는 오너리스크가 원인으로 작용"
전문가들은 이날 삼성전자의 하락에는 오너리스크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삼성전자 뿐 그룹주의 하락에도 오너리스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이날 하락한 것에 대해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오너리스크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이틀만에 오널리스크 외에 다른 리스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정치적 사건이 증시에 영향력을 얼마나 미치는지는 수치로 나타낼 수 없지만 분명 투자자들은 오너리스크가 발생했다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갑호 교보증권 기업분석부장은 "기업 자체 펀더멘탈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 그룹주 주가가 빠지는 것은 이 부회장 구속 소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아직 이 부회장으로 완전히 승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승계 작업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오너리스크가 기업 펀더멘탈 이길 수 없어"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미치는 오너리스크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업 펀더멘탈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하락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이슈는 삼성전자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오너 부재에 대한 리스크의 지속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오너리스크가 기업 펀더멘탈을 이길 수 없다"며 "현재 삼성전자 펀더멘탈에 대한 반응도가 그 외 요소보다 더 민감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결과에 관계없이 내일 정도면 오너리스크가 거의다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난해부터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음에도 삼성전자가 시총 2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실적의 영향"이라며 "이날 3% 가까이 빠짐으로써 오너리스크는 이미 다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자체의 펀더멘탈로만 놓고 보면 모멘텀(성장가능성)이 강하다"며 "지난해 4분기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최대 실적 넘어섰을 정도로 기업의 영업가치, 수익력만 보면 전성기라고 볼 수 있고 올해 2분기까지는 이런 분위기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