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는 16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가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수사선상에 오른 재벌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1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경총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내고 “이 부회장의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경총은 “지금 우리 기업들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환경 속에서 촌각을 다퉈 대응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의 경영자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수십년 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하락됨은 물론, 기업의 존망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구속수사가 이어진다면 해당 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의 국제신인도도 크게 추락해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 기업인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더욱 꺾는 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경총은 “경영계는 삼성그룹에 대해 특별검사의 수사가 진행되고 입증되지 않은 많은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과 관련해 정당한 사법절차를 통해 잘잘못이 엄정하게 가려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이 또한 명확히 해소되기를 바란다”며 “특히 의혹이 제기된 배경에는 정치적 강요 분위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이뤄진 측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