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지난해 국제 유가는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높은 상저하고(上底下高) 양상을 보였습니다. 1분기 배럴당 평균 30.5달러 수준을 보이던 두바이유 가격은 4분기에는 47달러로 5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이런 유가 상승세는 2년여 동안 이어진 저(低)유가 현상으로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위축되고, 11월 이후 진행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국가들의 생산량 감축 합의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올 연평균 유가 배럴당 51~56달러

2017년 국제 유가는 예측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우리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두바이유 연평균 가격이 배럴당 52달러 수준을 기록하는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두바이유 평균 가격 40.85달러보다 27% 높은 것으로 석유를 100%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외 주요 분석 기관들의 유가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올해 평균 브렌트유 가격 전망은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배럴당 51.7달러, IHS 에너지는 52달러, EIU(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젠스 유닛)은 56.5달러였습니다. 더구나 이런 해외 주요 기관들의 유가 전망은 지난해 9월 이후 유가 상승세를 반영,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올해 실제 국제 유가가 이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작지 않습니다.

다소 유동적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저유가 국면을 벗어났다는 데는 대부분 전망이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국제 유가를 변화시킬 만한 중요한 요인은 뭐가 있을까요. 사실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꼽자면 OPEC 회원국들이 과연 감산 합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인가,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얼마나 늘까, 세계 경제 침체가 어느 정도 회복될까, 중국·인도 석유 수요가 어떻게 변할까, 미국 달러화 가치는 얼마나 달라질까 등을 거론할 수 있습니다.

산유국들 감산 합의 이행이 가장 중요

먼저 OPEC과 비OPEC 국가들의 감산(減産) 합의 이행 여부가 올해 국제 유가 수준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OPEC 국가들은 작년 11월 정기총회에서 2017년 상반기 원유 생산량을 하루 120만배럴씩 줄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어서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도 56만배럴 감축을 약속했습니다. 이런 원유 감산 규모는 작년 전체 석유 생산량의 1.9% 수준으로 국제 유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입니다. 실제 감산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OPEC 감산 합의 이후 1개월간 두바이유 가격은 44달러에서 54달러로 급등했습니다. 올 1월부터 산유국들이 실제로 원유 생산량을 감소시켜야 하는데 향후 나타날 국가별 원유 생산 실적에 따라 국제 유가 강세가 지속될지, 약세로 전환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 국가가 감산 합의를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국제 유가는 강세를 지속할 수 있지만, 적잖은 국가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또 이런 감산 합의는 6월까지 유효하며 이후 다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라 감산 합의 이행 여부가 2017년 상반기 국제 유가 단기 변동에 가장 핵심 요인입니다.

두 번째 요인은 셰일오일로 대표되는 미국 원유 생산량입니다. 2015년 중반 하루 950만배럴까지 상승했던 미국 원유 생산은 저유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작년 10월에는 850만배럴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작년 말 국제 유가 상승 영향 등으로 880만배럴까지 반등했습니다. 이런 미 원유 생산 증가 추세는 올해 상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국제 유가 상승세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서 미국 원유 생산이 증가하고 있고, 저유가로 주춤하던 원유 시추공(oil rig) 수도 작년 6월 이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저유가로 부진했던 원유 생산 관련 투자가 증가하고 원유 생산량도 같이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유가 상승은 특히 저유가로 고전하던 셰일오일 생산 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을 회복시켜 생산량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원유 생산 장비인 오일 리그 숫자가 작년 6월 300여개에서 12월에 500여개까지 늘었습니다. 보통 오일 리그가 증가한다는 건 시추에 들어가 3~6개월 후면 원유가 나오고, 이에 따라 원유 생산량이 증가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올 상반기 미국 원유 생산량이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중국·인도 신흥국 경기도 유가 좌우

앞에선 원유 생산 측면에서 유가 결정 요인들을 살펴봤지만 모든 재화 가격이 그렇듯 수요 측면에서도 변수를 관찰해야 합니다. 국제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원유 수요 측면에서 주요 요인은 세계 경제 상황입니다. 경제가 호(好)경기일 때는 생산이 늘고 이에 따른 석유 수요도 증가합니다. 한때 고유가를 지탱했던 원인 중 하나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 경제가 활황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5년 3.2%, 2016년 3.1%로 허덕이던 세계 경제성장률은 2017년 3.4%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최근 석유 수요 증가세를 견인하던 중국과 인도가 2020년까지 세계 석유 제품 수요 증가량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세계 경제의 안정적 성장은 석유 수요를 증가시키고 국제 유가를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또 최근 저유가 현상도 다른 에너지에 대한 석유의 상대 가격 경쟁력을 높여서 석유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국제 석유 수요 증가를 제한할 요인도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과 영국 브렉시트 영향입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대로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강화한다면 전체 수출 중 대미(對美) 비중이 25%에 달하는 중국 경제는 자연스럽게 고전하게 되고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이 하락, 결국 석유 제품 수요도 둔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경우 국제 유가 상승세도 잠잠해질 수 있습니다. 또 영국 브렉시트 영향으로 인한 유럽 경기 침체 가능성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높여서 석유 수요를 감소시키고 국제 유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하나 더 꼽는다면 금융 분야에서 미 달러화 가치 변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 달러화 가치와 국제 유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원유 거래가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투자 시장에서 달러화와 원유가 대체 관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올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미국 달러화 가치 상승은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사실 주가(株價)가 그렇듯 유가도 워낙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고 있어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그럼에도 국내외 전문 기관들이 유가 전망을 나름대로 내놓은 건 정부나 민간 경제주체들이 참고할 수 있는 미래 국제 유가에 대한 기준점을 제공해야 그나마 혼란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OPEC

석유수출국기구(Organization of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의 약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석유자본(석유메이저)에 대해 발언권을 강화하고 원유 가격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1960년 9월 이라크와 이란·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베네수엘라 대표가 모여 만든 협의체. 지금은 알제리·나이지리아·인도네시아 등이 가세, 13개국이 회원이다. 본부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