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대표적인 대출 규제인 LTV(담보인정비율)와 DTI(부채상환비율)를 강화할 것을 요구해 정부가 진의 파악과 함께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여야 4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8일 여야정 협의체 회동에서 LTV·DTI 규제 수위를 올릴 것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했다. 그래서 여야정은 가계 부채를 적극 점검하되, LTV·DTI 규제 수위를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가계 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거나, 상반기 중에 차기 정부가 들어설 경우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TV는 집값 대비 대출금 비율을 말하며, DTI는 소득 대비 갚아야 하는 대출금 비율을 뜻한다.

2014년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정부는 지역별로 50~80%이던 LTV를 70%로 통일시켜 완화하고, 50~65%이던 DTI도 전국 공통으로 60%로 완화했다. 이후 정부는 매년 7월마다 1년 시한으로 이 조치를 연장해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올해도 LTV, DTI에 변화를 주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것도 올해 7월 같은 규제 수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다.

정부가 이런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는 대출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올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다른 빚의 유무를 반영하는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을 도입하는 것을 비롯해 대출 심사는 갈수록 깐깐해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LTV, DTI까지 옥죄면 대출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융통하기 어렵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경기 침체기에 부동산 경기가 갑자기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도 있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 133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계 부채의 증가세가 수그러들지 여부가 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년간의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1500조원 가까이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LTV, DTI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게다가 LTV·DTI 규제 수위를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오는 7월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처리 결과에 따라 차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일 가능성이 있다. 대체로 여야 모두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야권이 좀 더 강경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