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빨간 날(공휴일)’이 작년보다 이틀 늘어 68일이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주말 앞뒤에 몰려 있어 여행업계 전반에 걸쳐 실적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2위 모두투어는 2017년 목표 매출액을 2743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2016년 목표액 2160억원보다 27% 늘어난 수치다. 인터파크도 여행 부문 매출이 최소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여행 업계 1위 하나투어(039130)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하나투어도 여행객 증대에 따른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으나 지난해 중소·중견기업 자격으로 신규 진출한 면세점에 발목이 잡혀 있다. 하나투어의 지난해 예상 순이익은 60억~80억원가량으로 전년대비 70~8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 급감의 이유가 바로 면세점이다. 하나투어가 지분 82.5%를 보유한 에스엠면세점은 지난해 3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와 같은 시기에 면세점 사업에 새로 진출한 신세계, 한화, 호텔신라 등 대기업도 면세점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덩치가 큰 대기업에 비해 하나투어의 체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에스엠면세점

◆ 시의적절 배치된 ‘빨간 날’…여행업계 함박웃음

10일 한국투자증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내국인 출국자 수가 2423만2000여명으로 전년대비 8.7%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외국인 입국자는 1780만6000여명으로 5.5%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투자증권은 “내국인 출국자 증가율이 외국인 입국자의 증가율을 1년만에 다시 앞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해 출국자 급증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가장 큰 배경으로 연휴가 많다는 점을 꼽는다. 1월 설 연휴는 대체공휴일을 포함해 4일이고, 10월 추석은 개천절과 한글날을 포함해 7일이나 된다. ‘검은 날’인 10월 2일 하루 휴가를 내면 10일이나 쉴 수 있다. 석가탄신일(5월 3일), 어린이날(5월 5일), 현충일, 광복절, 크리스마스 등도 주말과 붙어 있거나 하루 휴가를 내면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연차 의무 사용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과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점도 출국자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김윤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휴일 분포가 여행주에 우호적”이라며 “비교적 긴 기간 휴일을 즐길 수 있게 됨에 따라 특히 유럽 여행 관련 실적이 전년대비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골칫덩이 면세점…하나투어, 아예 비용절감 정책으로 선회

다만 업계 1위 하나투어는 호황 분위기에서 다소 비켜서 있다. 여행업으로 벌어봐야 면세점 적자를 틀어막는 데 그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직원들이 기업정보업체 잡플래닛에 올린 글들. 다수의 글에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우려감을 표한다.

한 하나투어 직원은 “사실 올해는 실적이 괜찮을 것이란 게 내부 전망이지만, 그래도 면세점 때문에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 등의 혜택은 없을 것이란 암울한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면서 “경영진의 오판으로 직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안팎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사업 진출과 동시에 적잖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대감이 무척 컸기에 2015년 7월 면세점 프레젠테이션(PT) 때도 권희석 수석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권 부회장은 특허를 따내고 에스엠면세점의 초대 대표이사 자리에도 올랐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대기업 계열 면세점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상품기획(MD) 경험이 없는 하나투어는 해외 유명 브랜드 유치는커녕, 국내 인기 상품 진열도 애를 먹고 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에스엠면세점이 올해는 물론 향후 3년간 계속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예상 적자 폭은 매해 100억~200억원가량이다.

여기에다 지난해 말 신세계와 호텔롯데, 현대백화점이 신규 특허를 획득해 총 13개 면세점이 서울 시장을 놓고 겨뤄야 한다는 것도 유통 대기업이 아닌 하나투어에 있어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지난해 2월 15일 에스엠면세점 1차 오픈식에서 기자간담회 중인 권희석 하나투어 수석부회장(에스엠면세점 대표).

에스엠면세점은 지난해 7월 임정오 부사장, 최종윤 하나투어 글로벌영업마케팅본부장이 각자 대표이사로 올라선 뒤 비용 절감 전략으로 선회했다. 매장을 줄이고 직매입을 줄여 적자 폭이라도 축소하려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과 관련해 “입지가 불리한 상황에서 투자마저 게을리하면 에스엠면세점은 자립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하나투어 기업설명회(IR) 때마다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이 면세점과 관련해 ‘획기적인 방안을 도출해달라’고 주문한다”면서 “이도 저도 못 할 거면 차라리 아예 면세점 특허를 반납해버리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