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박순욱의 기업인 탐방
<2> 윤홍근 제네시스BBQ그룹 회장
'강원도 화전민' 심정으로 2003년 해외진출
2020년 전 세계 최대 5만개 매장이 목표

1995년 BBQ 브랜드로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제네시스BBQ그룹 윤홍근 회장은 2003년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윤홍근 회장은 “2003년부터 해외진출을 시작해 그동안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지만 이제 충분히 투자했기 때문에 결실을 맺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1995년 11월에 1호점을 낸 BBQ는 꼭 4년 만에 1000호점(1999년 11월)을 돌파했고 2002년에 가맹점이 1800개를 넘어섰어요. 이제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했다고 보고 일찍 해외로 눈을 돌린 거죠. 점포를 내고 싶다는 예비 창업자는 많았지만 기존 가맹점주(윤 회장은 이들을 ‘패밀리 사장님’이라 부른다)를 보호하기 위해 국내 점포 확장을 자제한 겁니다.”

그러나 윤 회장의 해외진출은 순조롭지 않았다. 중국에 진출하면서 손을 잡은 현지 파트너 기업은 도중에 계약을 깨버렸고, 세계경제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매장 하나 내는데 꼬박 5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회장은 해외 사업 성공에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2020년까지 중국에 1만개, 미국에 1만개 점포를 열고 전 세계에 총 5만개 매장을 열어 맥도널드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BBQ는 중국 진출 13년 만에 겨우 150개, 미국에도 50여개 매장이 고작이다. 그런데 앞으로 2020년은 겨우 3년 남았는데 어떻게 3년 만에 중국과 미국에 거의 100배 이상 매장을 늘리겠다는 걸까? 서울 문정동 제네시스BBQ그룹 본사에서 윤홍근 회장을 만나 그의 포부가 현실성 있는지 꼼꼼히 물어봤다.

2003년에 중국 진출을 시작했습니다만 중국 실적이 아직 지지부진한 이유.

“현재 BBQ는 해외 32개국에 진출, 5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지 진출 MOU를 맺은 국가는 57개국에 이르고요. 그러나 2003년 해외진출을 결정하고 처음 중국에 갔을 때는 사정이 많이 달랐습니다. 현지에서는 한국이란 나라도 잘 몰랐고 또 한국에서 치킨을 가져와 팔겠다는 생각을 이해해주지도 않았고요. 인허가 문제, 인테리어, 법률, 각종 위생문제 등 매장 개장에 앞서 처리해야 할 난제가 수십가지도 더 됐습니다.

해외진출에 관한 한 저 자신을 ‘강원도 화전민'이라 표현합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산골로 혼자 들어가 산비탈 땅을 맨손으로 긁어내고 땅 파고 호미로 바위를 골라내 이제야 겨우 씨를 뿌릴 수 있는 밭을 일구었다고 말입니다. 저희 중국 진출 현황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제 씨를 뿌리는 단계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 매장이 현재 150여개밖에 안 되는데 2020년까지 1만개가 가능하겠습니까.

"중국에는 24개의 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도에 해당하지만 사이즈로 보면 성 하나하나를 국가로 볼 정도로 큽니다. 여기에다 특별시, 특별자치구 등을 합치면 사실상 32개 국가가 있는 셈입니다. 어마어마한 시장이죠. 중국에는 현재 인구가 20만명이 넘는 도시가 3000개가 넘습니다. 이들 도시에 우리 매장을 3개만 진출시켜도 9000개 매장이 들어서는 셈입니다. 올해로 중국 진출 13년이 됐습니다. 저의 중국 출장 횟수가 300회가 넘을 겁니다. 그동안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제 충분히 투자했고 인프라를 깔았습니다. 중국 1만개 매장, 3년 이내 충분히 가능합니다."

미국 시장도 낙관적으로 보나요.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에 BBQ 매장 하나 내는 데 꼬박 5년이 걸렸습니다. 이곳은 유동 인구가 가장 많고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오는 곳이지만 각종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미국에 약 100개 매장을 열었고 현재는 이 중 50개 정도 운영 중입니다. 이들 점포 오픈하는 데 매장당 평균 1~2년이 걸렸습니다. 한국에선 2개월이면 되는데요. 그래서 우리는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작년부터는 주로 대형마트에 입점하고 있습니다. 인허가 문제가 없으니 곧바로 점포를 열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미국 내 점포수가 2600여개인 크로거(Kroger)를 비롯해 여러 대형마트와 계약하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 사업은 용암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이 100도에서 끓는데 지금 99도까지 왔고, 이제 조금 있으면 용암이 폭발해 사업 성과가 크게 날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2020년까지 전 세계에 5만개 매장을 열겠다는 목표가 너무 높은 것 아닌가요.

“맥도널드, KFC도 처음에는 해외 사업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특히 중국이 그랬습니다. 1980년대에 첫 진출해 2000년 초까지 거의 조 단위의 누적 적자를 낸 걸로 압니다. 하지만 지금 KFC의 중국 실적이 어느 정도인지 아십니까? 미국(7000개) 다음으로 중국(5000개)에 매장이 많습니다. 미국보다 중국에서 수익을 더 많이 내고 있고요.

저희는 2003년부터 13년 동안 꾸준히 해외진출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동안 쏟아부은 투자금액만 어림잡아도 3000억~4000억원이 될 겁니다. 현재 우리 매장이 나가 있는 나라만 32개국이고 로열티를 받을 수 있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은 나라는 56개국에 이릅니다. 2020년까지 중국 1만개, 미국 1만개 점포를 낼 자신이 있습니다. 한국도 현재 1800개 점포에서 3년 뒤에는 4000개로 늘릴 겁니다. 저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BBQ를 세계 최대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또 앞으로도 난관이 적지 않겠지만 ‘2020년 5만개 매장’ 목표는 포기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2002년에 국내 매장수가 1800개에 도달해 기존 점주 보호를 위해 해외진출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2020년까지 국내 매장을 4000개로 늘린다면 말이 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26.4제곱미터(8평) 한 매장에서 커버할 수 있는 상권을 대개 4000세대로 봅니다. 적절한 상권 보호를 감안하면서 점포수를 늘릴 수 있는 마지노선을 4000세대로 보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패밀리 사장님들의 입장을 더 감안해 8000세대 상권마다 점포 하나씩을 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지역에선 "배달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우리 동네엔 BBQ 매장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소비자 불만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상권 조정을 통해 국내에 4000개까지 매장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도심은 현재 1800개에서 3~4년 후에 2800개로 늘리고, 읍·면·리 단위에 1200개를 새로 낼 방침입니다."

2005년 튀김 기름을 올리브유로 한 올리브치킨을 처음 내놓을 때만 해도 일반 기름을 쓴 타사 제품보다 1마리당 가격이 4000원 정도 비쌌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 차이가 1000원입니다. 가맹점주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패밀리 사장님(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올리브유 가격은 일반 기름보다 5배 이상 비싼데 치킨값은 별 차이가 없으니 올리브치킨값을 올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오랜 불황으로 우리 국민들이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데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치킨 가격 인상 결정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최근 올리브유 수입 가격이 오른 부분을 본사가 떠안아 패밀리 사장님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드리고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BBQ 치킨대학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이 치킨 제품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치킨 브랜드가 400개가 넘습니다.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제한돼 있는데 아직 치킨 시장 성장 가능성이 있습니까.

“3배 더 성장한다고 봅니다. 닭고기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앞으로 간식이 아닌 주식이 될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치도락(치킨도시락)이라는 제품을 내놓았지요. 한국의 연간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3kg인데 동남아는 35kg, 일본이 30kg, 미국 45kg, 중동 65kg입니다. 때문에 우리도 1인당 소비량이 적어도 30~40kg 될 때까지는 시장이 커질 전망입니다.”

시중의 생닭 가격에 비해 치킨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도 이 점은 정말 억울합니다. 현재 기본 치킨 가격 1만6000원은 2008년 가격인데 그 이후 인상이 없었습니다. 2008년 당시 파트타이머 시급이 3000~4000원이었는데 지금은 8000~9000원입니다. 인건비는 두 배 이상 올랐는데 소비자가격은 그대로죠. 1건당 배달 비용도 3000원이 넘습니다. 생닭 가격을 1500원만 쳐도 도계장에서 털 뽑고, 본사 가공(운송비 포함)까지 거쳐 가맹점에 넘기는 가격이 4000원 수준입니다. 가맹점은 또 기름과 파우더, 포장박스, 비닐봉투 비용에다가 배달료, 주문콜 수수료 등을 더 부담합니다.

그뿐이면 좋지요. 점주들의 투자비, 가게 임대료, 본인들 인건비는 왜 생각 안 합니까. 단순히 생닭 가격만 비교하면 치킨값이 비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제반 비용을 감안하면 ‘치킨 본사나 치킨 가맹점이 폭리를 취한다’는 지적을 저희로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BBQ는 배달 전문업체로 시작했지만 요즘엔 맥주나 커피, 스파게티도 먹을 수 있는 카페형으로 점차 매장 크기가 커지는 추세입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추가 부담 요인이 생긴 것 아닌가요.

“카페로 전환하는 것은 가맹점주 입장에서 도전입니다. 경기가 좋지도 않은데 추가 투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약 3분의 1 정도가 카페형으로 전환했는데 대부분 매출이 이전보다 배로 늘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어두침침한 골목 한구석에서 치킨을 먹겠습니까? 아니면 인테리어 잘 꾸며 놓은 카페형 매장에서 치킨을 먹겠습니까? 소비자들 니즈(욕구)가 변하는 것을 제대로 읽고 우리가 먼저 변신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패밀리 사장님들 생각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배달 전문 매장은 현 수준에서 본사가 신메뉴 개발 등 매출 증대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고요.”

가맹점주를 패밀리 사장이라 부르시는데 이들에 대한 남다른 지원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10년 이상 BBQ 매장을 운영하는 패밀리 사장님들은 회사 직원과 같은 수준으로 자녀 학자금을 지원합니다. 학자금 100%는 아닙니다만 고등학생, 대학생 학자금을 최고 연간 400만원까지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시행해왔는데 지금까지 13억원의 장학금이 지원됐습니다. 현재 500개 정도 매장이 10년 이상 운영되는 장기 점포입니다. 요즘 창업하면 3~4년 버티기도 어려운데 10년 이상 오랫동안 한 브랜드를 유지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이들에게는 BBQ가 삶의 터전이자 가족입니다.”

최근 소비자원 조사에서 BBQ 치킨 나트륨 함량이 타사 제품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석박사급 30여명으로 구성된 세계식문화과학기술원에서 나트륨 함량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조만간 나트륨을 줄인 BBQ 치킨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서울 종로에 있는 4층 규모 BBQ 종로본점에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는데 이들을 위한 특별한 영업 전략이 있나요.

“현재 이곳 고객 중 중국 관광객 비중이 20% 정도입니다. 앞으로 50~70%까지 올라갈 겁니다. 왜냐하면 이곳 메뉴들은 중국 현지 BBQ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들을 역수입한 것들입니다. 중국에서 ‘치맥(치킨 안주에 맥주 마시는 것)’이 한창 인기이지만 우리가 시장조사한 걸로는 중국인들은 국물 있는 탕류를 좋아합니다. 닭곰탕, 닭개장, 국물떡볶이 등이 종로점 인기 메뉴죠.”

BBQ는 한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기업 상장은 검토해보지 않았나요.

“가맹점주와 동반 성장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특성상 IPO(상장)는 어렵다고 봅니다. 상장 회사는 주주들을 위해 지속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이러다 보면 가맹점 보호나 지원에 적극 나설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가맹점에 대한 지원이나 투자를 많이 하다 보면 본사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주주들이 용인할 수 없지요. 저는 ‘가맹점주가 먼저 있고 본사가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상장할 생각이 없습니다.”

◆ Keyword
마스터 프랜차이즈(master franchise)
프랜차이즈 본사가 해외진출 시 진출국 사업 파트너에게 로열티를 받고 제공하는 해당 국가 내 프랜차이즈 운영권. 과거 KFC가 두산에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국내 KFC 판매 전권을 위임한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 윤홍근
조선대 무역학과, 외식산업협회 회장, 말산업중앙회 회장,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회장

◆ Plus Point 꼬꼬랜드

윤홍근 회장 집무실은 온갖 닭들로 뒤덮여 있다. 어떤 닭은 키가 1미터 이상이다. 물론 살아 있는 생닭은 아니고 닭 모형들이다. 화려한 색상으로 자태를 뽐내는 도자기 닭들이 가장 많지만 유리로 만든 닭, 금속 소재 닭도 있다.

대부분은 윤 회장이 해외 출장 시 사오거나 현지 파트너로부터 선물 받은 것으로 5000여점에 달한다. 이 중 몇 천원짜리도 있지만 몇 천만원을 호가하는 ‘작품’도 있다.

제네시스BBQ는 본사와 이천 치킨대학 등에 흩어져 보관 중인 닭 모형들을 모두 모아 치킨대학 내에 3만㎡ 규모의 닭 테마파크인 ‘꼬꼬랜드’를 건립하기로 했다. 닭 모형 외에 희귀 관상 닭을 비롯해 공작 등의 조류를 사육하고 닭 사육과 부화 과정을 관람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경기도 이천의 새 명소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닭 박물관’으로 키울 방침이다. BBQ 측은 “치킨대학의 ‘치킨캠프’와 함께 꼬꼬랜드 투어를 연계시켜 유치원,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학습 공간으로 활용 가치를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