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빼빼로, 오리온 초코파이, 크라운 하임, 해태 홈런볼….

본지가 국내 4대 제과업체의 베스트셀러 상품(2016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각사의 상위 5개 품목의 평균 '연령'이 31.3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제과 판매 1위는 1983년 출시된 빼빼로(34세)다. 오리온 1위 초코파이는 43세, 크라운제과 1위 하임은 26세이다. 프로야구 개막에 앞서 출시됐던 해태제과 1위 홈런볼은 36세다. 2000년대 이후 출시돼 회사별 '베스트5'에 진입한 제품은 해태 허니버터칩(2014년)과 크라운제과 마이쮸(2004년)뿐이었다. 지난 2015년 해태제과 판매 1위였던 허니버터칩이 3위로 내려갔고, 크라운제과 산도가 5위로 진입한 것을 제외하면 순위 변화도 거의 없었다.

'세 살 입맛 여든까지' 가는 제과업계

제과업계에서 유독 장수 제품이 인기를 누리는 가장 큰 이유는 어려서 맛본 과자 맛이 '평생의 기호'로 굳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인이 된 후 다양한 과자를 먹는다고 해도 어려서 먹은 과자의 맛을 잊지 못한다는 것. 더욱이 요즘 10·20대는 어렸을 때 제과업체 제품 외에도 다양한 주전부리를 먹을 수 있어서 대량생산 과자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아 제과업체의 주요 고객들은 30대 이상이 대부분이란 점도 '과자 장수(長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혁 롯데제과 팀장은 "장수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 때문에 신제품을 출시해도 초반에 반짝인기를 누리다가 다시 판매량이 감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일본 최대 제과업체 메이지의 2015~2016년 판매 1위 상품(초콜릿 제외)은 1970년 출시된 '다케노코노사토(죽순과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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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제과업체들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 신제품보단 기존 브랜드에서 맛을 바꾼 형태를 선호한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지난해 전년 대비 37% 증가한 1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선보인 자매 제품 '초코파이 바나나'와 '초코파이 말차라떼'가 인기를 끌면서 전체 초코파이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최무송 오리온 차장은 "신제품을 낸 것이지만, 기존 초코파이 브랜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고 했다. 기존 브랜드에 맛을 변형한 제품의 경우 기존 생산 설비를 그대로 이용해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반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경우 공장 설비를 새롭게 갖춰야 한다. 해태제과는 2014년 출시된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을 겪을 정도로 인기를 끌자 지난 5월 강원도 문막에 제2공장을 지었다. 그러나 지난해 허니버터칩 판매가 하향세를 보이며 업계에선 '증설(增設)의 저주'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미투 전략' 등 신제품 개발 가로막는 업계 관행도 한몫

그러나 유통업계에선 제과업체들이 장수 제품의 경쟁력에 의존한 영업을 하면서 신제품 개발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4년 허니버터칩이 돌풍을 일으키자 제과업체들은 앞다퉈 단맛의 과자 40여종을 내놓았다. 지난해 초코파이 바나나가 인기를 끌자 '카스타드 바나나맛'(롯데), '오예스 바나나'(해태) 등의 제품이 출시됐다. 성공한 제품을 베껴 안정적인 매출액을 올리는 일명 '미투(me to) 전략'이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국내 인기 과자 제품 대부분이 1970~80년대 일본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되거나 일본 제과사와 기술 제휴 등을 통해

들어온 것"이라며 "그 제품들이 여전히 인기라는 것은 국내 업체들이 지난 40여년 동안 일본 제품을 능가할 새로운 맛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했다.

제과업계와 달리 식품업계는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2013년 CJ제일제당은 '비비고왕교자'를 내놓으며 냉동만두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뚜기는 2015년 '진짬뽕' 출시로 고급 라면 시장을 열었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장수 제품 그 자체의 경쟁력에만 의존하다 보면 시장 전체가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