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최소 20% 이상 매입한다. 지분 매입 규모는 이사회 멤버 1명을 확보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상선은 부산항 터미널 인수에도 나서며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 5일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롱비치터미널 지분 매입 규모는 최소 20% 이상"이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최근 롱비치터미널을 운영하는 자회사 TTI의 지분 54%를 7800만달러(940억원)에 2대 주주인 MSC로 매각했다. 현대상선은 MSC가 확보한 TTI 지분 54% 가운데 일부를 인수할 계획이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이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 사장은 "롱비치터미널 지분 매입 규모를 확정했지만, (MSC와의) 비밀유지협약 때문에 구체적인 지분율은 공개할 수 없다"며 "이사회 구성 멤버 3명 가운데 1명을 확보하고, 거부권(비토권)도 가지게 될 수준으로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했다. 유 사장은 '지분 33%를 확보했느냐'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유 사장은 또 부산항 터미널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흥아해운‧장금상선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아주(亞洲)지역 물량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공간이 더 필요하게 됐다"며 "국적 선사로서 부산항 (물동량 확보)에 기여할 부분도 있고,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라도 투자자들을 모아 부산항 터미널을 인수할 것"이라고 했다.

유 사장은 이르면 2018년부터 국제해사기구(IMO) 기준에 맞는 선박 발주를 시작해 2021년에는 새로운 선박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IMO는 2020년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산화물(SOx) 함유량 상한선을 현행 3.5%에서 0.5%로 낮추는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유 사장은 "당분간은 배를 무리하게 사거나 인수하지 않고, 2020년부터 시작되는 IMO 규제에 따라 새로운 선박이 필요하게 될 때 선박을 발주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필요한 비용 등을 연구하고, 내년부터 발주를 시작해 조선소 도크(Dock)를 미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12월부터 선박신조검토협의체를 구성해 조선 3사와 함께 선박 발주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유 사장은 "2011년 머스크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한 번에 발주하면서 치고나갈 때 대응하지 못 했던 것이 뼈아프지만, 앞으로는 패러다임을 주도하겠다"며 "머스크도 겉으로는 인수합병(M&A)이 중요해졌다고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차세대 선종 선박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현대상선은 정부가 이달 중 설립할 예정인 한국선박회사(가칭)의 활용 방안도 마련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한국선박회사를 통해 선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중고선박을 시장가격으로 매입한 뒤 재무제표 장부가격과 차이만큼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유 사장은 "한국선박회사를 통해 마련한 자금은 당장 필요한 운영비용에 쓰고, 신용등급을 올리는데 사용할 것"이라며 "시황회복 지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실탄을 미리 확보해두는 차원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유 사장은 현대상선 매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수출입이 중요한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국적선사라는 현대상선의 위상과 철학에 맞는 기업이 나와야 할 것 같다"며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업 영역과 현대상선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 산업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곳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유 사장은 올해 시황이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가 30년 해운인생에서 최악의 해였다"며 "운임이 예상보다 높게 오르면 올해 성수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하고, 운임이 오르지 않더라도 내년에는 반드시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