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이 주재하는 '이마트 부문 전략 회의'가 열렸다. 이마트와 신세계조선호텔을 포함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닷새 뒤인 26일에는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과 계열사 대표 10여 명이 참석한 '백화점 부문 전략 회의'가 서울 회현동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전까지는 백화점과 이마트를 아우른 신세계그룹 전 계열사 사장이 모여 다음 해 사업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두 그룹으로 나뉘어 열렸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출장 등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백화점 회의에 참석했지만, 최근에는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인사도 따로 한다. 지난 11월 30일에는 이갑수 이마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인사가, 지난 12월 28일에는 손영식 신세계DF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하는 등의 인사였다. 그룹 내에서 한 달 차로 임원 인사가 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세계 측은 "시내 면세점 발표로 일부 인사가 12월 말로 미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그룹 관계자는 "11월 말 인사는 정 부회장의 인사, 12월 말은 정 총괄사장의 인사"라고 말했다.

분리 경영 1년, 후계 경쟁 본격화

2015년 12월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시작된 신세계그룹 분리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자가 갖고 있던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주식을 장내 매매를 통해 교환하며 지분 관계도 정리했다. 원래 한 사무실을 썼던 그룹 홍보팀도 이마트팀은 성수동으로, 백화점팀은 회현동으로 분리됐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남매의 후계자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두 사람 다 지난해 중점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정 부회장은 최근 유통업에서 제조업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숙원 사업이었던 스타필드하남을 개장했고, 자체 브랜드(PB)인 '피코크'와 '노브랜드' '센텐스'를 정착시켰다. 지난달에는 300억원을 투입한 제주소주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정 총괄사장의 데뷔전도 나쁘지 않다. 취임 첫해 강남점 증축과 부산 센텀시티몰, 시내 면세점, 신세계백화점 김해·하남·대구점 개장 등 '6대 과제'를 마무리했다. 정 총괄사장은 헤어 스타일과 메이크업, 패션뿐 아니라 최고 경영자에게 맡기는 경영 스타일까지 어머니인 이명희 회장과 닮았다고 해서 '리틀 이명희'로도 불린다.

백화점·대형마트 동반 경영 시너지 노려야

분리 경영 체제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 속에서는 채널 다각화와 신채널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이 완벽하게 분리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호텔과 면세점 사업은 한 몸으로 불리지만 신세계에서는 호텔은 정 부회장이, 면세점은 정 총괄사장이 나눠 맡고 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복합 쇼핑몰과 인터넷몰, 전자 결제 시스템 등의 사업부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사업이 중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선에서는 "선장이 두 명이라 누구 지시를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온다. 화장품과 의류 등 신(新)사업이 중복되는 것도 문제다. 정 부회장이 대형 마트 최초로 시작한 화장품 브랜드 센텐스와 이에 앞서 출시한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데이즈'는 정 총괄사장의 주력 사업군과 겹친다.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은 각각 18.22%이다. 앞으로 지분 배분 향방에 따라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만 각각 9.83%씩 가진 남매의 후계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효성과 롯데의 분쟁을 보며 계열 분리를 서두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룹 전체의 성장을 봤을 때 분리 경영과 동반 경영 중 어떤 시스템이 더 도움되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