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앞둔 29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6대 경제단체는 일제히 새해 포부와 각오를 담은 신년사를 내놨다. 올해 한국 산업계는 조선·해운 등 주력 산업의 심각한 부실에다 내수 침체, 미국·중국 주요 글로벌 수출 시장의 불안정성 확대 등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 또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돼 줄줄이 검찰과 국회에 불려갔고, 특별검사 수사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17년 나라 안팎 경제 환경도 낙관할 수 없다. 그러나 6대 경제단체장들은 이날 신년사에서 "어려움에도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선 한국 기업 특유의 '위기 극복 DNA'를 발휘해 반전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경제단체장들 "2017년은 참 어려운 한 해가 될 듯"

경제단체장들의 신년사에 가장 많이 들어간 말은 '어려운'(6차례), '위기'(7차례) 그리고 '희망'(9차례)이었다.

(위 왼쪽부터)박용만 商議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병원 경총 회장, (아래 왼쪽부터)김인호 무협 회장, 박성택 중기중앙 회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허창수 회장은 "여러 가지 일들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로 신년사를 시작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국민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면서 "올해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3년 연속 2% 경제 저성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우리 기업이 어느 때보다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현재 고용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펀더멘털이 위협받고 경제가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 들어갈 심각한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도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은 같았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유례없는 사회적 혼란의 여진(餘震)에 더해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의 불확실성이 크나큰 불안감을 남겨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지금 우리는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격변기를 마주하고 있다"며 "경제·정치·사회적으로 불어닥칠 변화는 그 방향성조차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재도약의 팀플레이를"

경제단체장들은 위기 극복 방안으로 '기본으로 돌아갈 것'과 '팀플레이'를 꼽았다. 경제 주체들이 각자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서로 힘을 모으면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그는 "외신들은 경제가 어려운 국가들이 생길 때마다 대한민국에서 교훈을 구하라고 이야기한다"며 "한국의 희생, 분담, 단결이 기울었던 국가 경제를 빠르게 다시 일으켰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강호갑 회장도 "함께 더 열심히 뛰면 위기는 마침내 극복되고야 마는 것을 우리는 여러 번 경험했다"고 말했고, 박성택 회장 역시 "공동체의 힘과 지혜를 모아 난국을 헤쳐 나간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에서는 "난국 극복을 위해 정치권과 정부가 법 제도 개혁에 앞장서야 하는데 탄핵, 대통령 선거 등 복잡한 정치 일정에 가로막혀 당분간 정치권에 아무런 기대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기업 등이 초과 근로 시간 단축, 연차 휴가 소진, 육아휴직 활동 등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나눠 줄 수 있는 방안을 당장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수출에 답이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회복의 실마리는 언제나 수출에서 시작됐듯이 올 한 해 무역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최선을 다해준다면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