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26일 아침. 아들의 손을 잡고 롯데몰 은평점으로 향했다. 롯데몰 은평점은 롯데그룹이 서울 서북권 상권을 겨냥해 출범한 복합쇼핑몰이다. 하지만 기자는 아울렛이나 대형마트, 백화점이 아닌 다른 것을 체험해보기 위해 은평점으로 향했다. 은평점 안에 있는 ‘롯데월드 키즈파크’ 탐방이 오늘의 목표다. 기자는 아이들의 반응을 통해 현장감 있는 체험을 하려고 6살 아들과 함께 다녀오기로 했다.

롯데월드 키즈파크는 서울 잠실동의 롯데월드 어드벤처를 27년간 운영 중인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월드가 처음 내놓은 ‘키즈카페 1호점’이다.

롯데월드는 1호점 운영에 당분간 집중한 뒤 2~3호점 출점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월드 키즈파크가 은평몰 내에서 위상을 갖춘다면, 후속 롯데 복합쇼핑몰에도 키즈파크가 들어서게 된다.

키즈파크 내의 놀이터 ‘산호빌리지’

‘한번 다녀와 봐야겠다’는 마음이 든 것은 규모 때문이다. 롯데몰 3~4층에 위치한 롯데월드 키즈파크는 6600㎡(2000평) 규모로 국내 키즈카페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 ‘해저왕국’이란 콘셉트로 탑승형 4종, 체험형 8종의 놀이기구를 갖추고 있다.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을 만한 포인트였다.

◆ 해저왕국 콘셉트…2000평 규모의 키즈파크

기자의 아들은 초입부에 있는 바다 동물 조형물에마저 마음을 빼앗겼다. “들어가자”고 독촉해도 “잠깐만 보고 가자”고 할 정도였다. 조형물 아랫부분에서 수증기가 계속 뿜어져 나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겼는데, 이런 연출이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듯싶었다.

키즈파크 초입에 있는 조개 조형물

본격적인 체험장에 도착했을 땐 비교적 넓은 사이즈에 당황해했다. 낯선 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잠시 쭈뼛거렸다. 이후 기자가 “저것 한번 해보자”고 손을 잡고 이끈 곳은 밧줄을 당길수록 위로 올라가는 놀이기구 ‘돌핀 스핀’. 밧줄을 계속 당겨 20미터 상공으로 떠오르자 아이는 무척 신났고, 아빠는 무서워했다.

이 외에도 복어 모양의 범퍼카 ‘범핑피쉬’, 고래 모양의 차량을 타고 키즈파크 내를 관망하는 트랙형 놀이기구 ‘플라잉 웨일’ 등도 즐거워했다.

4층에서 3층으로 휘어져 내려오는 미끄럼틀 ‘서브마린 슬라이드’

가장 많이 탄 것은 4층에서 3층으로 굽이쳐 내려오는 미끄럼틀 ‘서브마린 슬라이드’였다. 자기 혼자 내려오고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올라온 뒤 반복해 탔다. 주변의 다른 아이들도 처음 겪어보는 엄청나게 긴 미끄럼틀에 무척 신나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아이 스스로는 디지털 아트 체험시설 ‘팀랩 스튜디오’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평했다. 팀랩 스튜디오는 아이가 색칠한 바다 생물 그림을 화면에 띄워주는 프로그램이다. 본인이 그린 그림이 화면 속에서 헤엄치며 움직이니 신기했던 모양이다. 부모 입장에서도 아이가 가만히 앉아 그림만 그리니 (안 따라다녀도 돼서) 제일 만족스러웠던 프로그램이었다.

아이가 그린 돛새치와 화면 속에서 헤엄치는 돛새치

◆ 한산한 점 최대 강점…공연은 다소 아쉬워

부모 입장에서 이날 가장 호평할 만한 부분은 비교적 한산했다는 점이다. 크리스마스 직후 평일인 데다 아직 개장 초기(22일 개장)이니 당연히 한가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한산하다는 점은 막강한 경쟁력이다. 롯데월드 어드벤처(잠실)에서 비행 풍선 한번 타보겠다고 3시간씩 기다려본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실제 이날 만난 7세 아이의 엄마 장 모 씨는 “가격이 비싼 편(아이 기준 2만5000원)인데도 벌써 3번이나 왔다”면서 “안 기다려도 되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공연이다. 롯데월드 키즈파크는 롯데월드 어드벤처처럼 공연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규모가 10분의 1도 안되다 보니 어드벤처 수준의 공연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규모만 3만7000평에 달하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수준의 공연을 기대하고 가면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롯데월드 어드벤처의 공연 수준이 높은 것일 수도 있다.

최소 5세에서 초등학생 나이대가 돼야만 ‘제대로’ 놀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롯데월드 키즈파크는 키즈카페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데, 사실 체험형 놀이기구 중심인 만큼 36개월 안팎의 유아는 즐길만한 시설이 많지 않은 편이다. 자녀의 키가 1미터 이하라면 큰 기대 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했다.

◆ 쇼핑하며 잠깐 들르기엔 부담스러운 가격

통상 복합쇼핑몰 내의 키즈파크는 영유아 자녀가 있는 부모를 모객(募客)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이를 맡기고, 혹은 실컷 놀게 한 뒤 쇼핑을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롯데월드 키즈파크의 또 다른 단점은 가격이 아이 기준 2만5000원(성인 1만2000원)으로 비싼 축에 든다는 점이다. 아이를 가볍게 맡길만한 가격대는 아닌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롯데월드 키즈파크는 2만5000원의 값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쇼핑하는 김에 잠시 아이를 놀게 해주려는 목적으로 찾기는 부담스러워 보였다.

롯데 은평몰 내 롯데마트. 오픈 기념 할인 이벤트를 실시하는 품목이 많았다.

또 기존의 키즈카페와는 규모 측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보니 부모 또한 이동량이 많은 편이라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다른 쇼핑몰 내 키즈카페나 블록 존(레고 등을 즐기는 시설)과 달리 아이를 맡기고 커피 한잔할 여유가 없었다. 롯데월드 키즈파크에서 실컷 논 다음 쇼핑을 하려면 후들거리는 다리부터 부여잡아야 할 듯싶었다. 기자 또한 아이와 2시간 정도 놀고 난 뒤 쇼핑을 체험하려고 지하 1층 롯데마트로 내려왔더니 피곤하다는 마음부터 들었다.

그렇지만 롯데월드 키즈파크의 매력 자체는 분명했다. 가격을 조금만 낮춘다면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롯데 은평몰 방문 목적이 쇼핑이 아닌 놀이시설이 될 수 있을 정도로 키즈파크 자체는 완성도가 높았다.

결국 관건은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월드 어드벤처도 정가는 5만2000원이지만 각종 카드 할인을 통해 1만원대 후반에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롯데월드 키즈파크도 카드사와의 협의를 통해 실제 이용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