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의 환적 물류 네트워크가 한진해운의 사실상 청산으로 타격을 받은데 이어 해운 얼라이언스(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환적 물량이 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이 디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된 데 이어 현대상선마저 2M 얼라이언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데 그치면서 한국 해운항만업계가 주요 무대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 과정에서 부산항의 환적 물동량의 추가적인 이탈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25일 밝혔다. 환적 물량은 국내로 반입되지 않고, 항만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져 바로 반출되는 화물이다. 환적 화물 처리는 항만의 주요 수익원이다.

기존 4개 체제인 해운 얼라이언스는 내년 4월부터 2M얼라이언스,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3개 체제로 개편된다. 국내 선사가 참여하지 않는 오션과 디얼라이언스는 내년 4월부터 부산항을 들르는 3개 노선을 줄이기로 했다. 현대상선이 포함된 2M얼라이언스는 아직 노선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KMI는 부산항의 환적물량이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감소량과 별개로 얼라이언스 재편에 따라 연간 최대 3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근섭 KMI 항만정책연구실장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부산항 환적물량이 실질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2017년 4월부터 시작하는 항로 재편이 부산항에 더 큰 위기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부산 감만 터미널 전경

◆ 내년 4월 기존보다 강력한 얼라이언스 체제 시작…부산항 회귀 가능성 낮다

KMI가 오션과 디얼라이언스의 항로 재편 계획을 분석한 결과 부산항 환적화물의 핵심 항로인 아시아‧북미항로, 아시아‧북유럽항로에서 각각 2개, 1개의 노선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북유럽 항로는 부산항 환적물량의 43.5%를 차지하는 핵심 항로다.

오션과 디얼라이언스는 부산항을 거치지 않고 다롄, 칭다오, 톈진 등 중국 항만으로 바로 가는 노선을 늘렸다. 부산항의 대(對)중국 환적 물동량 66.4%가 다롄, 칭다오, 톈진 등 북중국 항만으로 가는 만큼 환적물동량 이탈 뿐 아니라 신규 물량 유치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김 실장은 “기존보다 강력한 얼라이언스 체제로 재편되면서 선사간 협력적 환적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얼라이언스 서비스가 장기 고착화되면 부산항으로 환적물량이 회귀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지난 9월 부산신항에서 대기 중인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 환적물량 급감 중인 부산항, 11월 감소세 주춤했지만 좀 더 지켜봐야

부산항만공사 조사 결과 지난 11월 부산항 환적화물 처리량은 79만3841TEU를 기록, 작년 11월(79만5465TEU)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급격히 줄고 있던 환적물량이 11월엔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부산항의 환적화물 처리량은 지난 8월, 9월, 10월 각각 1.98%, 4.56%, 6.46%씩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부산항의 11월 환적화물 감소폭이 줄어든 이유는 현대상선 처리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이 주로 이용하는 신항 4부두의 환적물량은 지난 11월 11만562TEU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지난 10월 환적물량은 10만1164TEU로 전년 동기 대비 10.8%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해운항만업계에서는 부산항의 환적물량 처리량이 회복세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얼라이언스 재편, 중국‧일본 등 인접 국가 항만의 환적화물 유치 전략, 부산항만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환적화물 인센티브 제도의 효과, 선사별 영업 전략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환적화물 추이에는 여러 요소가 반영된다”며 “오는 12월 환적물량 뿐 아니라 내년 환적물량 추이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상황도 예단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