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군림하던 노키아와 현재 스마트폰 업계 최강자인 애플의 특허권 분쟁이 격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키아는 22일(이하 현지시간) 애플을 상대로 유럽과 아시아 9개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추가로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특허를 침해 당했다고 주장하는 항목도 40개로 늘렸다. 노키아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애플을 제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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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노키아는 미국, 독일 등 2개국에서 “애플이 자사의 특허 32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노키아는 하루 만에 침해 항목을 8개 더 늘리고, 소송 국가도 9개 추가한 것이다. 노키아가 애플과 소송을 벌일 국가는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핀란드, 스웨덴, 스페인, 중국, 일본 등 총 11개국이다.

노키아의 이번 특허권 소송은 애플이 지난 2011년 노키아와 체결한 특허 사용 계약 연장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노키아는 2009년 “애플이 2007년 출시한 아이폰이 자사 특허 10건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두 회사는 2년간 법적 다툼을 벌이다가 2011년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올해 말 종료된다.

노키아는 애플에 특허 사용 계약을 연장하는 동시에 또 다른 특허 계약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이 이를 거절하자 미국과 독일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뒤 다음날 소송 국가를 확대한 것이다.

애플이 지난 20일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에 몇몇 특허 전문회사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것도 노키아와의 소송전에 불을 붙였다. 당초 애플은 소장에 노키아를 포함하지 않았으나, 노키아와의 갈등이 심화되자 22일 노키아, 노키아네트웍스, 노키아테크놀로지 등 3개 회사를 소장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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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소장에서 “특허 전문회사들이 노키아와 공모해 애플과 다른 혁신적인 휴대폰 제조사, 소비자들로부터 지나치게 많은 수입을 챙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키아의 주장에 따르면 애플은 노키아가 과거 엄청난 연구개발(R&D)비를 쏟아부어 만든 각종 기술 표준들을 무단으로 사용해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TV 등 거의 모든 주력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선신호를 전송·증폭하는 기술, 자연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번역하는 기술 등이 포함된다.

노키아는 2014년 모바일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노키아의 주 수입원은 특허권 면허”라며 “노키아가 개발한 기본 기술들을 수많은 모바일 제조사들이 현재도 사용하고 있어 이번 특허권 분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