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주 타깃으로 한 ‘11·3 부동산대책’ 등 각종 대책 여파로 강남권 아파트 분양권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매수 문의가 뚝 끊겼고, 웃돈(프리미엄)도 하락세다.

2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강남구 일원동 일원현대 아파트를 재건축해 짓는 ‘래미안 루체하임’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 분양권 매매가 가능해졌지만, 거래 수요가 없다. 래미안 루체하임은 지난 6월 평균 45대 1로 1순위 청약을 마감했고, 11·3 대책 이전에 분양한 단지라 전매제한이 6개월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이 단지 분양권은 현재 전용면적 59·84㎡는 5000만~7000만원의 프리미엄 호가가 붙은 매물이 나오고, 전용면적 101㎡ 이상은 프리미엄이 1억원 전후를 호가하지만 매수자가 없다.

일원동 경일공인의 양수모 대표는 “분양 당시엔 분양권을 사서 되팔고 싶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몰려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지만, 막상 전매제한이 풀린 지금은 썰렁하다”고 말했다.

일원동 시민공인 이철만 대표도 “‘무피’(프리미엄이 없는 분양권 가격)에 살 수 없는지 물어보는 매수 자들만 대부분”이라며 “매수·매도 호가차가 커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권 분양권 시장의 바로미터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 주공2단지 재건축)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공사 현장.

이 단지는 지난 3월 평균 33대1로 성공리에 청약이 마감했고, 전매제한이 풀린 직후인 지난 10월엔 웃돈이 최대 2억원까지 붙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달 중순 전용면적 59㎡ 저층 분양권에 웃돈 1000만원만 얹은 채 거래가 이뤄졌을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개포동 태양공인 관계자는 “매도자들은 웃돈을 1억3000만원 전후로 부르지만,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면서 “매수 문의도 거의 끊기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분양권 거래는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권은 두 달여 간 57건이 거래돼 일반분양 물량 396가구의 14%가 손바뀜이 됐다.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일반분양 1558가구)가 지난 6월 전매제한 해제 열흘 만에 전체의 10.8%(169건)가 거래됐다는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11·3 대책 등 잇따른 규제 여파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호가가 수천만원씩 떨어지면서 분양권 시장 수요도 함께 위축되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최근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고, 내년에도 세 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매수자들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일원동 W공인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 대책이 잇따라 나온 여파로 기존 재건축 아파트나 분양권 모두 완전히 거래가 끊겼다”면서 “분양권을 쥔 사람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강남 재건축 분양권이라도 ‘마이너스 프리미엄(분양가 이하 매매가)’에 매물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