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1090원대에 환전하신 그 달러요, 지금 파시는 것 어떠세요?"(A증권사 PB)
지난 22일 발빠른 증권사 자산관리사(PB)들은 달러 자산을 이미 많이 확보해 둔 투자자들에게 매도를 고려해보라는 전화를 돌렸다. 이날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마감가는 1199.1원. 지난 9월 달러 저점 당시(1090원대)에 달러를 산 투자자라면 이미 약 8%의 수익(매도시 환율 적용)을 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A증권사의 한 PB는 "수익을 확정짓자는 뜻에서 전화를 걸었다. 추가로 달러 강세가 진행되더라도 지금 정도의 수익이라면 발 빼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9개월만에 1200원대까지 오르자, 단기적으로 지금이 달러 매도의 적기(適期)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최근 미국 달러화 가치가 지나치게 올랐다며 지금이 달러를 매도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아드리안 취리허 UBS 아시아 자산배분 부문 책임자는 미국 C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달러가 지난 4년간 강세를 지속한 결과 주요 10개국(G10) 통화대비 고평가됐다"며 "달러가 유로화 대비 15~20%, 엔화 대비 30% 가량 고평가됐기 때문에 지금이 매도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UBS는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등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이 실행되면 미의 재정적자가 더 늘어나 달러화를 압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재정적자 확대는 통화 가치에 긍정적인 요인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 관계자들도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200원을 넘어 더 오르긴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두 번 정도 올릴 것이란 전망이 이미 달러화 가치에 포함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채권보다는 주식으로 자금이 흐르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본격적으로 살아나면 선진국보단 신흥국으로 자금이 흐르는 상황도 예상 가능하지 않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자금이 미국으로 흘러가고, 달러화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는데, 이와는 정반대의 전망도 나오고 있는 셈이다. A자산운용사의 베트남 펀드매니저는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거세진다는 전제 하에 이런 전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증시 관계자들은 달러화 가치가 급락할 것을 생각하고 달러 인버스 상품(달러화가 떨어질 때 수익을 내는 '거꾸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버스 투자상품의 구조상 비용이 많이 들어 달러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큰 수익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율은 투자자의 세계 중에서도 절대 고수의 세계다. 이 때문에 섣불리 예상하는 편이 어렵겠지만, 이미 어느 정도 평가이익이 난 투자자라면 이런 분석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겠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인플레이션이 진행되면 달러화가 더 오를 수 있지만,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1200원선이 고점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그리 허황된 전망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 초에도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200원대까지 무섭게 올랐지만, 이내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