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증권사와 경쟁하는 회계법인의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 기업의 매도 뿐만 아니라 매수 자문까지 금지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어서다. 이러한 규제를 연결 종속회사로까지 적용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회계법인이 감사대상 회사에 대해 M&A 인수자문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는 지난 10월 27일 열린 회계학회 공청회서 발표된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의 매수거래 자문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외부감사를 맡는 회계법인이 매수거래 가치평가를 하게 되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공인회계사법 21조(직무제한)에 따르면 회계사는 감사대상 회사의 자산을 매도하기 위해 실사·재무보고·가치평가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회계법인에 '갑'인 기업의 매각 자산 가치를 뻥튀기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사태 이후 회계투명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회계법인의 이해상충 문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미국에서도 엔론사태를 계기로 회계법인이 감사회사에 대한 M&A 매각 인수 자문을 하는 것을 모두 제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회계법인의 M&A를 규제하는 법안을 내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M&A 중개업무에 인허가 등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유한회사 형태의 회계법인이 M&A 중개업무를 하려면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

매출에서 30~40% 가량을 차지하는 M&A 진입 규제가 강화되자 회계법인은 분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감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안진은 재무자문 등 비감사부문을 떼어내 주주 구성과 출자방식이 아예 다른 독립된 회사로 설립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진이 독립된 회사를 설립한다고 하더라도 '딜로이트'라는 이름을 쓴다면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으로 볼 것인지 여부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회계법인의 꼼수가 회계투명성을 떨어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감사 비수기에 일감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이 더욱 심해질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감사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한편 비감사업무(M&A 자문, 컨설팅)의 제한대상을 해당회사뿐 아니라 해당회사와 연결된 종속회사들로까지 확대할 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으로 연결 재무제표가 주 재무제표로 됐음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비감사업무 제한 규정은 해당회사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위는 이를 상장사에 한해서만 적용할지 아니면 이를 비상장사에도 적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회계제도개혁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감사기업의 M&A 매수 자문을 제한하는 내용 등 다양한 회계투명성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며 "연결대상 종속회사까지 비감사업무를 제한할 지 여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